<해외수필 읽기 19/ 이태동: '해외수필 읽기'이지만 이번 여름호에는 우리나라 고려 중기의 문신이며 문인(1168-1241)인 이규보李奎報 의 글을 소개해 본다. 이규보의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 지헌止軒 ·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다. 벼슬은 정당문학을 거쳐 문하시랑평장사 등을 지냈다. 이규보는 경전經典과 사기史記와 선교禪敎를 두루 섭렵하였고, 호탕 활달한 시풍은 당대를 풍미하였으며 명 문장가였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백운소설』 등이 있다.
현상의 구조에 대한 지적 통찰
이태동
이규보는 고려 중기의 문신 학자이다.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르고 있으나,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한국 고전수필의 정점에 서 있을 만큼 탁월한 재능을 가진 문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글은 한문으로 씌어져 있으나, 한글로 번역이 되어 한국 구전수필의 백미白眉로 평가받고 있다.
서거정徐居正은 그를 두고 "동방의 시호詩豪에는 오직 규보밖에 없다."고 말했고, 『고려사高麗史』의 집필자도 이규보를 가리켜 "성질이 활달하여 생산生産을 돌보지 않고 술을 좋아하여 호탕하고 그의 시문詩文은 옛사람을 모방하지 않아 대담했다."라고 그의 성격과 문학을 단적으로 평했다.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은 전 41권인데 1권부터 18권까지는 시집이고 19권부터는 잡서雜書, 설說, 잡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 실은 글들도 위에서 언급한 『동국이상국집』에서 가져온 것이다.
평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그의 수필은 "아주 기발한 착상을 보이며 해학과 깊은 사색의 향기가 어려 있다." 그의 글이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것은 그가 사물의 현상과 모순된 내면적 구조를 유머와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으로 꿰뚫어보고 그것을 지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하나의 모래알에서 우주를" 보듯 그는 하나의 작은 자연 현상에서 우주의 모순된 구조를 발견하고 그것을 수정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다른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거미가 쳐 놓은 덫에 걸려 있는 매미를 풀어 주는 글은 우주의 비정적인 생존 구조에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 그리고 「때 묻은 거울」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사물의 표면적인 현상이 비록 흐리게 보이지만 그 속은 맑다는 것을 시간적인 거리를 두고 철학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사물의 구조적인 현상학을 철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또 사람의 품성과 덕德을 질그릇 모양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 것 또한 유머러스하면서도 지적으로 대단히 흥미롭다. ▩
---------------
*『문예바다』 2018-여름호 <해외수필 읽기 19>에서
* 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명예교수, 평론집 『나목의 꿈』『한국 현대시의 실체』등, 수필집『살아 있는 날의 축복』『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에세이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빙허각/ 이호철 (0) | 2018.08.20 |
---|---|
고독이 아늑해지면/ 김제김영 (0) | 2018.07.29 |
이태동_해외수필 읽기/ 질그릇의 덕(陶罌賦) : 이규보 (0) | 2018.07.26 |
이태동_해외수필 읽기/ 매미를 날려 보내며(放蟬賦) : 이규보 (0) | 2018.07.24 |
이태동_해외수필 읽기/ 때묻은 거울 : 이규보 (0) | 2018.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