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사회면을 넘기며
이령
모든 휴지는 희다 희지 않은 것은 휴지가 아니다 흰 휴지들만 휴지가 된다
휴지도 아니고 흰 것도 아닌 모든 것들은 p와 q의 목소리
q는 p의 환상 피조물이며
p는 자신의 형상으로 q를 잉태했고
p의 소망은 q를 완성했다는
환상적 행복에 갇힌 p를 현실적 행복에 마비시킨 사기꾼 q의 이야기
언젠가부터 q는 p의 주체자
p가 q의 형상으로 창조되자
q의 나라에 갇혀 사는 부속물 p들의 절규, 절규들
난 나를 모른다 난 널 모른다 우린 우리를 알려 하지 않는다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넘쳐
q가 아닌 q들과 p이면서 q인 것들의 아우성
이제 p들의 목적은 모든 것에 적응하는 권능을 얻을 것
귀를 닫지 않을 것
최선을 다해 표정을 미끄러트릴 것
우리의 죄를 기억 너머로 모조리 삼켜버릴 것
당신 안에 잠자고 있을 p의 또 다른 p인 q가 아니면 p도 아닌
누군가가 아무나가 되는 아이러니
아무나가 정말 아무나가 되는
p와 q의 거짓 네버엔딩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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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시인하다』에서/ 2018. 5. 20. <시산맥사> 펴냄
* 이령/ 201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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