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소록도에 일생을 바친 두 수녀/ 원준희

검지 정숙자 2018. 5. 20. 02:44

 

 

    소록도에 일생을 바친 두 수녀

 

     원준희

 

 

  머나먼 오스트리아에서 낯선 땅 소록도를 찾아 43년간 사랑을 실천한 두 분 수녀는 2005년 11월 22일 새벽에 조용히 떠났다. 점점 멀어지는 소록도를 바라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마리안느는 1962년 2월, 마가렛은 1966년 10월부터 소록도 한센인과 그 자녀들을 위하여 봉사를 시작했다.

  두 수녀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전국 CGV 35곳에서 동시 개봉되었다. 소록도병원 100주년 기념작품이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후 수도복 없이 봉사하는 수도자다. AFI(Association Fratemal Internationale)라고 한다. 그리스도왕 시녀회 소속이다.

  60년대 유럽은 한센 병을 거의 극복한 상황이었다. 발병한다 해도 치료약을 복용하면 전염력이 사라지는 질병이지만 우리나라는 전란 끝에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하였고 약품과 위생시설이 너무 열악했다. 많은 환자들은 여기저기로 방랑하였다. 더군다나 한센 병에 대한 편견과 무지로 부모와 자식 간에도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서로 얼굴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이 많았다. 의사들조차도 피부 접촉을 두려워하며 장갑을 끼고 핀셋으로 환부를 건드렸으나 그들은 맨손으로 환자들의 피고름을 짜냈고 치료에 온 정성을 기울였다.

  수녀들 입국 당시에는 환자들이 6,000여 명이었으나 지금은 1/10로 줄었다. 43년간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죽는 날까지 함께 살고 이 땅에 묻히기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없어도 돌봐줄 간호사들이 있어서 마음이 놓이고 우리는 나이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데다 몸도 불편해졌다. 오히려 부담을 준다. 헤어지는 아픔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 고심 끝에 각 세대에 편지를 한 통씩 띄우고 간다."고 편지에 쓰여 있다. 20대의 젊은이로 와서 70대의 할머니가 되어 처음과 같이 달랑 가방 하나 들고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그들은 진정 이 세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인성교육자이다. 다른 곳에서 즐겁게 봉사할 수 있음에도 사람들이 꺼려하는 이 곳 소록도를 자원한 그 결심과 43년 한 가족이 되어 기쁨과 희망을 선사한 생활은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생생한 감동과 교훈을 줄 것이다. 두 수녀의 사택과 병사 성당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김연준 신부와 고흥군은 두 수녀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등 선양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니 기다려진다. 소록도 주민자치회장은 인터뷰에서 "주민에게 온갖 사랑을 베푼 두 수녀님은 '살아있는 성모마리아'였다."라고 했다.

  영화는 여러 곳에서 인물 인터뷰를 통해 생동감 있게 관람자에게 감명을 주었다. 두 수녀는 나병은 치료하면 낫는다는 것과 건강한 자는 전염이 안 된다는 확신을 갖도록 시범을 보여줬다. 두 수녀의 말과 온화한 얼굴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그들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자연을 변화시켰다.

  평소에 그들의 인품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엔 더 많은 존경심이 우러났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없는 그런 희생정신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나 살자고 남들에게 못할 짓하는 사람들에게는 따끔한 채찍이 될 것이고 한센 병만큼이나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위안이 될 것이다.

  내 피붙이한테도 하기 어려운 일을 평생 동안 특별한 대가도 없이 오로지 사랑만으로 이루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기 때문이라라.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소록도 사람들 또한 선택받은 사람들이 아닐까. 비록 병들어 뒤틀린 육신일망정 마음만은 어느 누구보다도 정 많고 따뜻한 사람으로 살게 되었다.

  그러나 세월은 야속한 것.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서 늙고 병들어 가는 법 아니던가. 그분들도 인생의 막바지 길이 그냥 평탄하지만은 않을 듯싶다. 이제는 자신들이 누군가를 도와줄 상황이기보다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팔순이 넘어 천식과 치매로 고생하는 두 수녀는 이제 편안히 여생을 보내도록 세상 모든 사람이 보답할 차례다. 가장 힘든 자에게 사랑을 실천한 천사다. 두 수녀의 숭고한 봉사정신과 행위는 어디서 왔을까. 역시나 가장 비천한 그들 안에서 그들이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를 보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온기가 돈다. 외롭고 상처받은 저들을 내 형제자매와 같이 사랑으로 끌어안고 다독거려서 치유와 삶의 희망을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기쁨을 선사한 저 휴먼 다큐는 오래오래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 남아 있으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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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문학』280호 <散文>에서/ 2018. 2. 28. 발행

  * 원준희/ 전북 군산시 수송로 49, (……)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