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오민석_소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적 언어(발췌)/ 파편의 경치 : 이상

검지 정숙자 2018. 4. 15. 02:30

 

-『시와표현』2018-4월호 <권두시론> 中 -

 

 

    破片의 景致

    -△는 나의 AMOUREUSE이다

 

    이상(1910-1937, 27세)

 

 

  나는하는수없이울었다 

 

  電燈이 담배를 피웠다

  은1/W이다

 

         X

 

  이여! 나는 괴롭다

 

  나는遊戱한다

  의슬립퍼어는菓子와같지아니하다

  어떠하게나는울어야할것인가

 

         X

 

  쓸쓸한들판을생각하고

  쓸쓸한눈나리는날을생각하고

  나의皮膚를생각하지아니한다

 

  記億에대하여나는剛體이다

  정말로

 「같이노래부르세요」

  하면서나의무릎을때렸을터인일에對하여

  은나의꿈이다

 

  스틱크 자네는쓸쓸하며有名하다

 

  어찌할 것인가

 

         X

 

  마침내을埋葬한雪景이었다

    -전문-

    

   ▶ 소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적 언어/ 무의식에 대하여(발췌)_ 오민석

  이 시는 규범의 언어를 파괴하고 있다. 문장과 문장은 일관된 의미로 이어지지 않으며 띄어쓰기는 지켜지지 않고 다른 언어와 기호가 뒤섞인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X"는 바로 앞에 자신이 한 진술들을 부정하는 기호, 혹은 언어를 삭제하고 언어 이전의 침묵으로 돌아가려는 신호처럼 보인다. 의미화의 회로는 심각하게 교란되고 차단된다. 러시아 형식주의자인 클로프스키는 이런 점에서 시적 언어를 "일상 언어에 가해진 통제된 폭력(controlled violence)"이라 하였다. 시적 언어는 일상 언어의 규범을 파괴하고 소통의 채널을 교란시킴으로써 언어 자체에 혹은 언어의 유희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상 언어의 해체 자체가 시적 언어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시적 언어는 일상 언어에 타격을 가하지만, 쉬클로프스키의 말마따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계산된, "통제된 폭력"이다. 그것은 무규칙, 무의도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다만 (일상 언어와) 다른 의도와 규칙을 가질 뿐이다. 위에 인용한 이상의 시도 일상 언어의 형식을 파괴하지만, 의미의 선로를 완전히 떠나지는 않는다. 시인은 마치 정신과 환자처럼 떠들지만, 그것은 독자들의 연상 작용(association) 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된다. 이렇게 보면 시적 언어는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지향하는 언어이다. 그것은 소통을 거부함으로써 위의 텍스트에 흩뿌려진 의미소들은 무한한 방사放射 상태에 있으면서, 동시에 '연상 가능한' 어떤 '중심'을 향해 있다. 그것은 길을 떠났으되 늘 고향을 그리워하는 방랑자 같은 상태에 있으며, 탈중심의 도상에서 중심을 찾는 창과 방패의 언어이다. 이 시는 일관된 의미의 고리들을 모두 차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유사어(synonym)들의 반복을 통해 의미의 전달을 간절히 '애원'하고 있다. 화자는 소통 불가능한 세상에서 소외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 공포의 끝에서 타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의 전언은 자신이 지금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괴로워서 울고 있다'는 것이다. "울었다", "괴롭다", "어떠하게나는울어야할것인가", "쓸쓸한", "埋葬한", 이런 기표들은 이 시의 화자가 처해있는 부정적, '주관적' 현실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일상 언어의 문법을 파괴하는 자유인이지만, 영웅이 아니라 소통 부재의 현실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사회적 '약자'임을 이런 식으로 드러낸다. 그는 '제발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독자(의사)들에게 구걸하고 있는 불쌍한 환자이다. 무의식은 자신의 공간(이드 id) 안에 안주하지 않으며 늘 의식의 방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무의식의 언어, 시적 언어는 '문턱의 언어'이다. 그것은 늘 다른 것으로 넘어가려하는 언어이며, 그것을 제지당하는 언어이고, 멀어지면서 가까워지고, 가까워지면서 멀어지는, 모순과 충돌의 언어이다.

 

   -------------

  *『시와표현』 2018-3월호 <권두시론|소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적 언어_ 무의식에 대하여>에서

  * 오민석/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1993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문학평론 부문 당선, 시집 『그리운 명륜여인숙』외, 문학이론서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외, 시 해설서 『아침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외, 평전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외,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