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북극성
박서영(1968-2018, 50세)
둥근 것들은 모서리를 안에 갖고 있어. 때때로 그 모서리에 스스로 찔리곤 한다. 강변의 돌들이 북극성처럼 빛난다. 둥근 것 안에서 출구를 찾는다는 것은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는 뜻. 속이 뭉개져도 껍질의 포장술은 놀랍다. 가슴의 물질들은 얼마나 아프고 복잡하고 예민했었는지. 껍질이 하나의 믿음으로 견고해질 때도 몸 안의 동공들은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른다. 달과 별과 돌이 당도해야 할 소실점이 있을까. 그곳은 우리가 우연히 만나는 지점. 강변의 무수히 많은 돌은 흩어져 있다.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돌 위에 앉았을 때 내 아랫도리를 아프게 찌르는 느낌. 돌이 불쑥 내놓은 최초의 떨림. 나는 우연히 잠시 앉았던 그 돌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 시집『좋은 구름』중
▶ 혼잣말을 완성하는 돌의 모서리_ 이난희
우연히 돌 하나를 갖고 살았다. 감성과 이성의 균형이 맞지 않아 "모서리에 스스로 찔리곤" 하여 자전거를 의지할 때이다. 공원 몇 바퀴를 돌고 잠시 앉을 곳을 찾다 발견한 돌, 아니 바위는 공원에서 제일 빛나는 북극성. "출구"를 찾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머물다 갔을까. "우연히 잠시 앉았던 그 돌을 사랑"했다. 그 돌에 앉거나 누우면 아무 생각 없이 평온했다. 소박한 위로가 그리울 때 그만한 게 없었다. 나무 잎사귀에는 눈 맞추고, 머물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구름에게도 묻지 않는다. 나의 온기가 돌에 옮겨갈 즈음 돌과 이별한다. 돌 속에 모서리 하나가 생겨난 줄도 모르고./ 삶의 방위를 찾아 헤매다 "우연히 만나는 지점"이 "돌의 북극성"이다. 뭉개진 속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돌은 뭉개진 속을 포장하려고 둥글어간다. 묵묵히 모든 것을 내어준 채./ 시인도 그랬을까. "가슴의 물질들은 얼마나 아프고 복잡하고 예민했"을까. 돌 위에 앉아 모서리를 감춘 '암'과 맞서다 북극성이 된 시인의 詩가 "불쑥 내놓은" "최초의 떨림"과 마주한다. 통증을 감추고 자리를 내주는 소박한 돌의 시간이 쉼 없이 흘러간다. 누군가에겐 북극성이 될지 모를 돌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다음엔 모서리로 포장하고 둥근 것을 안에 갖고 있는 돌에 누워 바스러지는 웃음소리로 이별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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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문학』 2018-봄호 <詩, PRISM >에서
* 이난희/ 2010년 『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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