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죽은 아포롱*/ 박인환

검지 정숙자 2018. 4. 9. 00:34

 

<추도시>

 

   죽은 아포롱*

    -李箱 그가떠난날에

 

    朴寅煥(1926~1956, 30세)

 

 

  오늘은 三月열이렛날

  그래서 나는 忘却의 술을 마셔야 한다

  女給 「마유미」가 없어도

  午後 세時 이십오分에는

  벗들과 「제비」의 이야기를하여야한다.

 

  그날 당신은

  東京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天堂과 地獄의 접경으로 여행을하고

  허망한 서울의 하늘에는 비가 내렸다.

 

  運命이여

  얼마나 애타운 일이냐

  倦怠와 인간의 날개

  당신은 싸늘한 地下에 있으면서도

  星座를 간직하고 있다.

 

  정신의 狩獵을 위해 죽은

 「람보」와도 같이

  당신은 나에게

  幻想과 興奮과

  熱病과 錯覺을 알려주고

  그 瀕死의 구렁텅이에서

  우리 文學에

  따뜻한 손을 빌려준

  精神의 皇帝.

 

  무한한 수면

  반역과 영광

  임종의 눈물을 흘리며 결코

  당신은 하나의 증명을 갖고 있었다

 「李箱」이라고.

    -《한국일보》. 1956. 3. 17.

 

 

  * 박인환은 이 추도시를 쓴 3일 후에 죽었다. 선배 시인의 하나를 신적인 존재로 추앙하며 추도한 후에 폭음暴飮을 한 댓가로 젊은 나이에 허망한 죽음을 맞은 것이다. "정신의 수렵을 위해 죽은/ '람보'와도 같이"라고 한 부분에서 '람보'는 알뛸 랭보를 가리킨다. 김기림 역시 이상의 정신적 세계를 랭보에 비견한 적이 있다. 박인환이 김기림과 어떠한 교섭을 갖고 있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p.631~632)

  * 박인환은 문학적인 멋을 사랑했고 그 때문에 김수영에게 비판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문학적 생애의 후반부에 이상의 정신적 풍경을 한 가닥 깨우친 것은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의 너무 빠른 죽음이 그러한 전환 후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아무튼 이상은 박인환에 의해 김기림에 이어 또 한번 신격의 칭호를 부여받았다. 우리 문학사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한 시인이 죽은 뒤에 동료 시인들이나 후배 시인들에 의해 이렇게 신격으로 호명되며 존경받았던 일은 거의 드문 일이다. 이상은 분명 강렬한 문학적 사상적 후광을 남긴 것이 분명하다. (p.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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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범순 원본주해 『이상시전집 꽃속에꽃을피우다 1』에서/ 2017. 12. 12. <나녹那碌> 펴냄

 * 신범순/ 충남 서천 출생, 저서 『이상의무한정원삼차각나비』,『노래의 상상계』('수사'와 존재생태 기호학),『이상문학연구-불과 홍수의 달』외, 포항미술관(poma)에서 한국거석문명에 대한 전시를 했고 한국과 세계 암각화에 대한 여러 번의 강연을 했다. 현재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상 학회장, 한국현대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