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쥬피타추방*/ 김기림

검지 정숙자 2018. 4. 7. 01:37

 

<추도시>

 

    쥬피타追放*

     -李箱의 靈前에 바침

 

    김기림(1908~미상)

 

 

  芭蕉 잎파리처럼 축 느러진 中折帽 아래서

  빼여 문 파이프가 자주 거룩지 못한 圓光을 그려올린다.

  거리를 달려가는 밤의 暴行을 엿듣는

  치켜 올린 어깨가 이걸상 저걸상에서 으쓱거린다.

  住民들은 멀써 바다의 유혹도 말다툴 흥미도 잃어버렸다.

 

  깐다라 壁書를 숭내낸 아롱진 盞에서

  쥬피타는 中華民國의 여린피를 들이켜고 꼴을 찡그린다.

  『쥬피타 술은 무엇을 드릴까요?』

  『응 그다락에 언저둔 登錄한 思想을랑 그만둬.

  빚은지 하도 오래서 김이 다 빠졌을걸.

  오늘밤 신선한 내 식탁에는 제발

  구린 냄새를 피지말어』.

 

  쥬피타의 얼굴에 絶望한 웃음이 장미처럼 희다.

  쥬피타는 지금 씰크헷트를 쓴 英蘭銀行 노오만 氏가

  글쎄 大英帝國 아침거리가 없어서

  장에 계란을 팔러 나온 것을 만났다나.

  그래도 계란 속에서는

  빅토리아女王 直屬의 樂隊가 군악만 치드라나. 

 

  쥬피타는 록펠라氏의 庭園에 만발한

  곰팡이낀 節操들을 도무지 칭찬하지 않는다.

  별처럼 무성한 온갖 思想의 花草들.

  기름진 장미를 빨아 먹고 오만하게 머리추켜든 恥辱들.

 

  쥬피타는 구름을 믿지 않는다. 장미도 별도……·

  쥬피타의 품안에 자빠진 비둘기 같은 天使들의 屍體.

  검은 피 엉크린 날개가 輕氣球처럼 쓰러졌다.

  딱한 愛人은 오늘도 쥬피타더러 정열을 말하라고 졸르나

  쥬피타의 얼굴에 장미같은 웃음이 눈보다 차다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고 흙이 묻었다.

 

  아무리 따려보아야 스트라빈스키의 어느 拙作보다도

  이뿌지 못한 도, 레, 미, 파……인생의 一週日.

  은단추와 조개껍질과 금화와 아가씨와

  佛蘭西人形과 몇 개 부스러진 꿈 쪼각과……

  쥬피타의 노름감은 하나도 자미가 없다.

 

  몰려오는 안개가 겹겹이 둘러싼 네거리에서는

  교통순사 로오당氏 로오즈벨트氏 기타 제씨가

  저마다 그리스도 몸짓을 숭내내나

  함부로 돌아가는 붉은 불 푸른 불이 곳곳에서 事故만 일으킨다.

  그중에서도 푸랑코氏의 直立不動의 자세에 더군다나 현기ㅅ증이 났다.

 

  쥬피타 너는 世기의 아푼 상처였다.

  惡한 氣流가 스칠 적마다 오슬거렸다.

  쥬피타는 병상을 차면서 소리쳤다.

  『누덕이불로라도 신문지라도 좋으니

  저 太陽을 가려다고.

  눈먼 팔레스타인의 殺戮을 키질하는 이 건장한

  大英帝國의 태양을 보지 말게 해다고』

 

  쥬피타는 어느 날 아침 초라한 걸레쪼각처럼 때묻고 해여진

  수놓은 비단 形而上學과 체면과 거짓을 쓰레기통에 벗어팽개쳤다.

  실수 많은 인생을 탐내는 썩은體重을 풀어 버리고

  파르테논으로 파르테논으로 날어갔다.

 

  그러나 쥬피타는 아마도 오늘 세라시에陛下처럼

  해여진 망토를 두르고

  무너진 神話가 파무낀 폼페이 海岸을

  바람을 데불고 혼자서 소요하리라.

 

  쥬피타 昇天하는 날 禮儀없는 사막에는

  마리아의 찬양대도 분향도 없었다.

  길잃은 별들이 遊牧民처럼

  허망한 바람을 숨쉬며 떠 댕겼다.

  허나 노아의 홍수보다 더 진한 밤도

  어둠을 뚫고 타는 두 눈동자를 끝내 감기지 못했다.

    -전문-

 

 

  * 김기림은 죽은 이상에게 '쥬피타'라는 최고의 신격을 부여했다. 후에 박인환이 '아폴론'적 신격을 부여한 것도 여기서 비롯했을 것이다. 두 명의 이름있는 시인들이 어떤 시인에게 최고의 신격을 붙인다는 일은 우리 시단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이상에 대한 동료 문인들과 후배 시인들이 갖게 된 인상은 그들이 뛰어넘을 수 없는 초월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었다. 과연 이상의 어떠한 면이 그러한 후광을 빛내주었던 것일까? (p.616~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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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범순 원본주해 『이상시전집 꽃속에꽃을피우다 1』에서/ 2017. 12. 12. <나녹那碌> 펴냄

* 신범순/ 충남 서천 출생, 저서 『이상의무한정원삼차각나비』,『노래의 상상계』('수사'와 존재생태 기호학),『이상문학연구-불과 홍수의 달』외, 포항미술관(poma)에서 한국거석문명에 대한 전시를 했고 한국과 세계 암각화에 대한 여러 번의 강연을 했다. 현재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상 학회장, 한국현대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