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과 북
정숙자
가슴에 팔다리에 앞길에 정수리에···
그렇다면 육체란 어디선가 누군가
때때로 겨냥하는 과녁이란 말인가
초점, 그것은 육체보다 더 푸른
정신 혹은 파장일 수도 있지
난 가끔 통증을 느꼈어
찢긴 혈류가 육안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며칠이고 잠 못 들고
피 대신 눈물을··· 지혈시킨 날들
너머로,
내 두뇌를 관통했던 화살··· 촉··· 들··· 날아드는 소리가 메아리치는군
(큐피드의) 화살에 맞은 사람은 그 상처를 움켜쥐고 맨 처음 바라본 이를 사랑하게 된다지? 나는 화살에 뚫릴 때마다 그이를 봤어. 그
는 친절했어. 번번이 위안뿐 아니라 황홀에까지도 이르게 했지. 아무리 뾰족한 화살도 긴 화살도 맹독을 바른 화살일지라도,
조용히 빼내 주었어
그는 상처를 아물게 하고
조금씩― 조금씩― 면역력도 높여주었지
날이 갈수록 더 센 화살이 날 괴롭히(혔)지만
내일도 그글피도 그럴 테지만
즉자가 미망인이 되었을 때도
대자는 맨 먼저 그이를 바라봤고 그에게 다가갔어
운명이었을까? 습관이었을까?
그는 아카페(apape)적 사랑의 실체,
모든 페이지가 따뜻했어!
-『시와 사람』 2018-봄호(신작 발표 시 붙였던 부제-삭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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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4부/ p. 104-105)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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