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청
정숙자
눈물은 언제 소리를 떨어뜨렸나
눈물은 어디서부터 소리를 분리시켰나
소리를 배제한 눈물··· 그는
진화일까? 그렇다면··· 과연
그를 온전한 '울음'이라 할 수 있을까
소리가 소거된 눈물을 일러 '울었다' 한다면 (그건) 어긋난 컷 아닐까? '눈물이 났다'고까지만 그려야 옳지 않을까?
진정 울음이란 가슴 미어지는 소리를 동반한 피의 외출인 것이다
나이 들면서
머리로 가슴을 다독이면서
격리시키거나 억눌러 버릇한
울 音~
신생아 또는 어린이들이 터트리는 울음··· 은,
그 얼마나 충실하고도 산뜻한 색상인지!
응시에 응시를 거듭한 내 울음은
단단한 배와 가슴을 뜯어 먹혀도
(다만) (홀로) 눈물 지필 뿐
허다히는 그 눈물마저도 없이 울게 되는 것이다
- 『신생』 2018-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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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3부/ p. 82)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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