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화살과 북

검지 정숙자 2018. 3. 16. 02:55

 

 

    화살과 북

    -이웃들

 

    정숙자

 

 

  가슴에 팔다리에 앞길에 정수리에

 

  그렇다면 육체란 어디선가 누군가

  때때로 겨냥하는 과녁이란 말인가

 

  초점, 그것은 육체보다 더 푸른

  정신 혹은 파장일 수도 있지

 

  난 가끔 통증을 느꼈어

  찢긴 혈류가 육안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며칠이고 잠 못 들고

  피 대신 눈물을 지혈시킨 날들

 

  너머로,

 

  내 두뇌를 관통했던 화살 날아드는 소리가 메아리치는

 

  (큐피드의) 화살에 맞은 사람은 그 상처를 움켜쥐고 맨 처음 바라본 이를 사랑하게 된다지? 나는 화살에 뚫릴 때마다 그이를 봤어. 그는 친절했어. 번번이 위안뿐 아니라 황홀에까지도 이르게 했지. 아무리 뾰족한 화살도 긴 화살도 맹독을 바른 화살일지라도,

 

  조용히 빼내주었어

  그는 상처를 아물게 하고

  조금씩― 조금씩― 면역력도 높여주었지                                               

  날이 갈수록 더 센 화살이 날 괴롭히(혔)지만

  내일도 그글피도 그럴 테지만

 

  즉자가 미망인이 되었을 때도

  대자는 맨 먼저 그이를 바라봤고 그에게 다가갔어

  운명이었을까? 습관이었을까?

  그는 아카페(agape)적 사랑의 실체,

  모든 페이지가 따뜻했어

 

    --------------

   *『시와 사람』 2018-봄호 <시와사람 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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