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33
정숙자
11월 초// 특히나 요즘, 해질녘 두 시간보다 빨리 달아나는 시간은 없다.
네 시에 산책을 나서도 돌아올 땐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휴대폰-플래시,
가로등, 도로변-상가 불빛 밟으며 남은 챕터 읽고자하지만 중도포기… 하
기… 일쑤.
3, 4, 5 그 햇살
어디로 떴나?
매미 섞은 6, 7, 8
어찌 갇혔나?
이제 좀
빌리려는데
8, 9, 10 어찌 되었나?
아끼고 아낀 내 산책로의 기쁨 저 멀리… 사라진 태양… 가가호호 건물엔
밝은 창문들. 그렇게 좁혀진 하늘 아래서… 그렇지! 어둠 속에선 어둠을
읽어야겠지. '정신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문제' 11월에 들어선 대지도 나도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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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2018-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