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묵학

검지 정숙자 2018. 3. 17. 01:50

 

 

    묵학

    -이웃들

 

    정숙자

 

 

  그는 사각형이야

 

  들고만 있어도 경건해지지

  곁에 두고만 봐도 향긋해지지

  사러 갈 계획만으로도 그득해지지

 

  소슬한 침묵, 이 산책로는

  사각형에 무척 잘 어울리지

 

  충만한 침묵, 이 산책로는

  기원전 사각형도 풀어 보이지

 

  대체 불가능한 24시간 늘려 쓰는 길이란 오직 이 길 뿐. 걷기+읽기,

동시 가능한 이 산책로는 (나에게는) 좀 더 긴 책상이자 슬~관절 쓰

다듬는 의약 부외품. 오늘도 이 길 걸으며 사각형 속에서 헤엄치고

뛰놀고 비행하는데,

 

  "우리 집에 안 보는 책 몇 권 있는데 갖다 드릴까요? 책을 좋아하시

는 거 같아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도 너무 많아서요. 그래서 이렇게 

예! 고맙습니다!"

 

  그 할머니도 날마다 이 길 걸으시는가보다. 나를 익히 아는 눈치다.

나로서는 사각형에만 눈을 두어 그 분이 낯설지만 이 길의 등불이

란 사각형에서만 얻어지는 게 아닌 것이다.

 

  따뜻하고 충만한

  경건하고 향긋한

 

  이 또한 살아 움직이는 초시간적 사각형의 살롱이며 실재다 

  침묵을 끼고 묵적을 사모하며 이 외길은 남몰래 풋풋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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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2018-봄호 <시와사람 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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