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틀 효과(framing effect)

검지 정숙자 2018. 3. 18. 01:57

 

 

   틀 효과(framing effect)

     - 이웃들

 

     정숙자

 

 

  공간에 상처를 냈다

  실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인간은

 

  벽을 세우고 하늘을 덮자

  잘라낸 공간으로서의 실내가 나타났다

 

  인간과 인간들의 질서는 그것을 일러 집이라 했다

 

  오로지 실내가 목적이었으나 정작 분만되고 확산된 건 '실내 인간'

이었다. 그리고 실내는 점차 뭔가로 채워졌다.

  '실내 인간'이 된 인간은 소우주라 부르는 내면에도 자기만의 실내,

자기만의 세계를 쌓고 가꾸려는 뜻이 움텄다.

 

  많은 걸 발견/발명하며인간은 그렇게 존재에서 존재자가 되어

갔다

 

  나의 집에는 나의

  친구 집에는 친구의

  스토리가 채워졌다

 

  2017.6.22-20시경. 초인종 소리. "씨티카드 배달입니다." "집이 책

향기뿐이네요." 그날 그 직원의 한마디를 나는 두고두고 바라본다.

  '책 향기'와 '꽃 냄새'를 엇섞어 웃던 그이야말로 진정 시인이 아닌가.

 

  내 삶을 둘러주는 집

  속의 작품집

  그 실다운, 뼈아픈 별들

 

    -------------

   *『시와 사람』 2018-봄호 <시와사람 초대석>에서

  * 숙자 /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뿌리 깊은 달』외, 산문집『밝은음자리표』『행복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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