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죄송해요, 하나님

검지 정숙자 2018. 1. 4. 01:28

 

《들소리신문》2018년 신년시

 

 

    죄송해요, 하나님

 

    정숙자

 

 

  이렇게도 깨끗한 태양 다시 떴는데

 

  죄송해요, 하나님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기도문 외우는 첫 날입니다

  손 모으기도 부끄러운 첫 날입니다

 

  시인은 시보다 먼저 마음을 써야 했건만

  딴은, 시인이 아닌 그 누구라도

  먼저 마음을 다스리고 펴야 했건만

  뉴스를 틀면 싸움뿐

  책을 펼치면 어둠만이 가득합니다

 

  세상에 없는 문 어찌어찌 스스로 열고

  순식간에 삶을 빠져나가는 목숨들

  죄송해요, 하나님

  더 이상 얼굴을 들 수도 없으리만치

  당신을 아프게 한 저희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아들이라 품고 쓰다듬으며

  한없는 자랑으로 기다리시겠지요

  죄송해요, 하나님

  올해는 힘껏 눈물을 재워볼게요

 

  등불을 켜주세요, 사랑하는 나의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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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소리신문》2018-신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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