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
조정권(1949-2017, 68세)
시는 무신론자가 만든 종교.
신 없는 성당.
외로움의 성전.
언어는
시름시름 자란
외로움과 사귀다가 무성히 큰 허무를 만든다.
외로움은 신성한 성당.
시인은 자기가 심은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나는 나무에 목매달고 죽는 언어 밑에서
무릎 끓고 기도한다.
시인은 1인 주교이자
그 자신이 1인 신도.
시는 신이 없는 종교.
그 속에서 독생獨生하는 언어.
시은市隱*하는 언어.
나는 일생 동안 허비할 말의 허기를 새기리라.
-전문-
* 세속에서의 은둔
▶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키는 선사를 닮은 시인_ 이관일
조정권 시인의 시적 세계 특징에 대해 그의 홈페이지에 올린 팬들의 글을 보면 "동양사상의 다양한 근원에 기반을 두고 장중한 운율과 간결한 언어로 혼탁한 세상 너머에 존재하는 근원적이며 성스러운 세계를 강렬하게 묘출하는 데 있다"고 올렸다. 또 다른 팬은 "때로는 그의 시세계에 나타나는 현실은 어둡고 차갑게 닫혀 있는 듯하지만, 그것은 부정의 몸짓이 아니라 조화와 화해의 세계에 대한 열망이라는 것이다"라고 했으며 "그는 시인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키는 선사의 모습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조정권 시인은 1985년 제5회 '녹원문학상' 수상, 1988년 제20회 한국시인협회상, 1991년 제10회 '김수영문학상', 1992년 제7회 '소월시문학상', 1994년 제39회 현대문학상, 2005년 제18회 '김달진문학상', 2011년 제2회 '질마재문학상'과 제4회 '목월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다시피 하였다. 시집으로는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를 비롯해 『하늘이불』『산정묘지』『신성한 숲』『떠도는 몸들』『먹으로 흰꽃을 그리다』『고요로의 초대』등이 있으며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장, 시사랑문화인협의회 감사 등을 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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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시詩』2017-12월호 <조정권 시인 "요양하며 사느니 시 쓰다 죽겠다">에서
* 이관일/ 본지 편집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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