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
이성선 (1941-2001, 60세)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반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전문-
▶ 설악은 그의 삶과 예술의 근본이자 절정(발췌) _ 이관일
이성선 시인은 1972년 『시문학』에 「아침」「서랍」등을 추천받아 등단한 후 숭실대학교 문예창작반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했다. 그는 등단 후에도 언제나 일관성 있게 혼탁한 시속時俗의 때 묻지 않은 순수 서정의 자연의 세계를 노래한 매우 특이한 시인이었다. 그가 즐겨 찾는 시적 대상은 산 바다 별 나무와 같은 자연물이었다. 자신이 태어나고 사망한 그날까지 설악산에는 이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었기에 언제나 설악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성선 시인에게는 설악이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설악을 통해 얻은 작품들은 단순한 산시山詩가 아니라 우리 나라 시단에 큰 획이 되었다. 산, 특히 설악은 그의 삶과 예술의 근본이자 절정이기도 했다./ 다음은 그의 시집 『산시』의 서문이다. "…그 산으로 가고 싶었다. 그 산이 그리웠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산만 보면 마음 두근거려 합장한다. 그리고 벌써 10년 가까이 새벽이면 일어나 산을 향해 삼배한다. 산은 이제 멀리 있지 않다. 내게로 와서 나와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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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시詩』2017-11월호 <산을 사랑했던 시인들의 명품 산시山詩를 다시 읽는다/ 이성선의 설악산>에서
* 이관일/ 본지 편집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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