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거기 (정면으로) 서 있는 자

검지 정숙자 2017. 12. 8. 02:48

 

 

     거기 (정면으로) 서 있는 자

 

     정숙자

 

 

  도플갱어와 마주치면 죽는다, 는

 

  썰이 횡행한다

  하지만 도플갱어를 어디서 만날 수 있나

 

  때론 그를 보고 싶었고

  딴은 맞닥뜨릴까봐 무섭기도 했고

  또 때로는 그를 만났는데도 내가 (혹은) 서로 못 알아보고 넘어간 건

아닐까, 호흡을 가다듬기도 했다.

 

  그건-어느 신비주의자가 내건 그림이 아닐까

  그런-허구가 온전한 줄기로서 이토록 세상에 너울거릴 수 있는 것일

 

  그런데 이제 그가 어디 사는지 어느 때 마주치게 되는지 그와 정

식으로 마주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사실까지도그것이 진실이라는 심

증도 어렴풋 만져진다. 출구 없는 자신을 만났을 때, 거기 (정면으로) 서

있는 자

 

  그는 막다른 골목에서 바라보는 자기 자신의 눈

  한순간 맞부딪쳐 버리는 자기 자신의 극한의 눈

 

  의, 벼락

 

  에 타버리는 것, 죽는 것이다

 

  ∴ 첨예한 고통과 고독 응시할 때는

  반드시 한쪽 팔 잡아줄

  햇빛 나누어 줄

  디오게네스에게 미리- 필히- 연락해둘 것

 

  (추신: 그러므로 아픔들이여! 그렇게까지는 자기 자신을 몰고 가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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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산문학』2017-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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