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원
정숙자
책상 모서리 가만히 들여다보다
맑은 이름들 떠올려보다
나 또한 더할 수 없이 맑아지는 순간이 오면
눈물 중에서도 가장 맑은 눈물이 돈다
슬픈 눈물
억울한 눈물
육체가 시킨 눈물…이 아닌
깨끗하고 조용한 먼 곳의 눈물
생애에 그런 눈물 몇 번이나 닿을 수 있나
그토록 맑은 눈물 언제 다시 닦을 수 있나
이슬-눈, 새벽에 맺히는 이유 알 것도 같다. 어두운 골짜기 돌아보다가,
드높고 푸른 절벽 지켜보다가 하늘도 그만 깊이깊이 맑아지고 말았던 거
지. 제 안쪽 빗장도 모르는 사이 그 훤한 이슬-들 주르륵 쏟고 말았던 거
지.
매일매일 매일 밤, 그리도 자주 맑아지는 바탕이라 하늘이었나? 어쩌다
한 번 잠잠한 저잣거리 이곳이 아닌… 삼십삼천 사뿐히 질러온 바람. …나
는 아마도 먼- 먼- 어느 산 너머에서 그의 딸이었거나 누이였을지 몰라.
그의 투강 전야에
그의 마지막 입을 옷깃에
'중취독성衆醉獨醒' 담담히 수놓던 기억
돌덩이도 묵묵히 입 맞춰 보냈던 기억
몇 겁을 다시 태어나고 돌아와도 그 피는 그 피!
이천 년이 이만 년을 포갠다 한들
그 뜻, 그 그늘이면 한 목숨 아낄 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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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2017-겨울호
* 『문학바탕』2022-7월(216)호/ 지하선이 읽은 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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