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굴원/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7. 12. 2. 15:34

 

 

   굴원 

 

   정숙자

 

 

  책상 모서리 가만히 들여다보다

  맑은 이름들 떠올려보다

  나 또한 더할 수 없이 맑아지는 순간이 오면

 

  눈물 중에서도 가장 맑은 눈물이 돈다

 

  슬픈 눈물

  억울한 눈물

  육체가 시킨 눈물이 아닌

  깨끗하고 조용한 먼 곳의 눈물

  생애에 그런 눈물 몇 번이나 닿을 수 있나

  그토록 맑은 눈물 언제 다시 닦을 수 있나

 

  이슬-눈, 새벽에 맺히는 이유 알 것도 같다. 어두운 골짜기 돌아보다가,

드높고 푸른 절벽 지켜보다가 하늘도 그만 깊이깊이 맑아지고 말았던 거

지. 제 안쪽 빗장도 모르는 사이 그 훤한 이슬-들 주르륵 쏟고 말았던 거

지.

 

  매일매일 매일 밤, 그리도 자주 맑아지는 바탕이라 하늘이었나? 어쩌다

한 번 잠잠한 저잣거리 이곳이 아닌 삼십삼천 사뿐히 질러온 바람.

는 아마도 먼- 먼- 어느 산 너머에서 그의 딸이었거나 누이였을지 몰라.

 

  그의 투강 전야에

  그의 마지막 입을 옷깃에

  '중취독성衆醉獨醒' 담담히 수놓던 기억

  돌덩이도 묵묵히 입 맞춰 보냈던 기억

 

  몇 겁을 다시 태어나고 돌아와도 그 피는 그 피!

 

  이천 년이 이만 년을 포갠다 한들

  그 뜻, 그 그늘이면 한 목숨 아낄 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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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2017-겨울호

  * 『문학바탕』2022-7월(216)호/ 지하선이 읽은 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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