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정유진

검지 정숙자 2017. 12. 6. 01:12

 

 

     정유진

 

     정숙자

 

 

  전면 가들 별들이 뿌려져 있다

  다른 배경은 일체 없다

  밤하늘인가 싶다

 

  단정히 모은 두 발의 앞부리만이 살짝 담겼다

  공원 벤치에 혼자 앉아 있었나보다

  날리는 벚꽃 한 잎 한 잎이

  그 약함이, 그 깨끗함이 아까웠나보다

 

  머리카락 한 올 손가락 하나 앵글에 안 들였어도

  흰 운동화 한 켤레만으로도

  열일곱 살 소녀의 봄이 봄봄이다

 

  내 첫 손녀 유진

  올해 여고생이 된 유진

  "여긴 벚꽃이 피었는데 거기도 피었어요?"

 

  며칠 전 전화가 왔었는데

  오늘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하늘 속에 다투어 핀 벚꽃이 아니라,

 

  아스팔트 위의 별을 읽어낸

  이 맑고 따뜻한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나는 잠시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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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문학』제2호(2017. 11.15.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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