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
정숙자
전면 가들 별들이 뿌려져 있다
다른 배경은 일체 없다
밤하늘인가 싶다
단정히 모은 두 발의 앞부리만이 살짝 담겼다
공원 벤치에 혼자 앉아 있었나보다
날리는 벚꽃 한 잎 한 잎이
그 약함이, 그 깨끗함이 아까웠나보다
머리카락 한 올 손가락 하나 앵글에 안 들였어도
흰 운동화 한 켤레만으로도
열일곱 살 소녀의 봄이 봄봄이다
내 첫 손녀 유진
올해 여고생이 된 유진
"여긴 벚꽃이 피었는데 거기도 피었어요?"
며칠 전 전화가 왔었는데
오늘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하늘 속에 다투어 핀 벚꽃이 아니라,
아스팔트 위의 별을 읽어낸
이 맑고 따뜻한 한 장의 사진 앞에서
나는 잠시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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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학』제2호(2017. 11.15.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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