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남겨둔 생각
정숙자
아무래도 저 태양이
시시포스의 돌일 거라고
그는 회의했다
창공의 불은, 빛은
그의 발이 미끄러질 때마다
덜컥! 흔들렸다
정오까지 밀어 올리면
여지없이 저쪽으로 서쪽으로 굴러 떨어져
바다 깊숙이 잠겨버리지 않는가
하지만, 또
이튿날이면 시시포스는 제 심장과 맞먹는 돌을, 제 심장과 맞바꾼 돌을 정오까지 밀어 올리지 않는가
정녕 빨갛게 새빨갛게~
그러한 노역 덕분에··· 하도나 맑고 밝고 따뜻한 그의 이마로 인해··· 대지는 오늘도 펄펄
날지 않는가
시시포스 오직 그만이
죽어지지도 않는 목숨을
다만 버릇이 되어버린 그 삶을
이어내고 이겨내고~ 밀어 올리지 않는가
이제 놓아라. 다시는 밀어 올리지 마라. 시시포스여! 그만 넘겨라. 네 심장에 더 이상 끌질하지 마라.
신은 너무 오래 너를 속이고 있다
너의 신뢰를 비웃고 있지 않느냐?
네 돌을 품어줄 산은 어디에도 없다. 안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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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학』2017-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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