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중환자실/ 이연주(대구 출생)

검지 정숙자 2017. 9. 21. 13:28

 

 

    중환자실

 

    이연주(대구 출생)

 

 

  매달린 통증

  병은 기세가 등등하다

  옆구리에서 핏물이 호스를 타고 내리고

  고통이 풍선의 바람을 불었다가 꺼진다

 

  간호사의 다급한 소리

  - 환자분 눈뜨셔요

  눈까풀을 올려본다

  - 제 소리 들리셔요?

  - 손가락 움직여보셔요

 

  소리는 들리지만

  몸은 땅 밑으로 끝없이 내려가고 있다

 

  손가락이 움직여진다

  며칠째 깊은 잠의 늪에서 땅 위로 올라오는

  봄날의 아지랑이 나를 깨운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생명이 걸린 어떤 중대한 사건을 겪고 나면 일반적으로 사람은 보다 지혜로워지거나 체념적이 되기 마련입니다. 절망이나 허망이 그간의 모든 노력과 수고를 덮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거기서 '그리기/ 작곡하기/ 쓰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또한 자연으로서 우리가 마땅히 치러야 할 값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봄날의 아지랑이 나를 깨운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지랑이'는 신기루나 환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에 어른대는 것은 햇살이고, 아지랑이 자체는 자기의 물기와 온기를 다 갖추고 있기에, 우리는 아지랑이 사이에서 다가올 여름과 이후의 계절을 꿈꿀 수도 있고, 이후에 걸어갈 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고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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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아직도 나를 설레게 하는』에서/ 2017. 9. 20. <문학의 전당> 펴냄

  * 이연주/ 대구 출생, 2008년『문장』으로 등단, 시집『어느 곳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는』, 수필집『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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