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란 말
서주영
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바닥은 끝이 아니다
반환점을 돌 때
바닥을 치고 다시 시작하라는 뜻이다
바닥이란 말,
바다의 맨 밑바닥을 ㄱ자로 몸 굽혀 받치고 있다
허리 한 번 못 편 채 안간힘 다해 사는 바닥,
바닥이란 주저앉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기름 유출사고에
악취를 뒤집어쓰고 바닥에 붙들린 바닷새들,
살아남기 위해 부리로 제 깃털을 몽땅 뽑거나
무거워진 날개의 반을 뭉텅뭉텅 쪼아 잘라낸다
갈가리 찢긴 마음은 날개도 깃털도 없는 울음이다
날아다니는 바닥이다
-전문-
▶ 해설> 한 문장: 바닥'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가장 낮고 누추한 자리라는 사전적 의미만이 아닌 풍부한 상상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우선 첫 연에 등장하는 '반환점을 돌 때/ 바닥을 치고 다시 시작하라는 뜻'이라는 구절을 통하여 '바닥'의 새로운 해석을 만나게 된다. 즉 좌절의 대명사 아니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반등하여 새롭게 일어서는 힘을 축적하는 자리라는 숨은 의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어서 시인은 '바다의 맨 밑바닥을 ㄱ자로 몸 굽혀 받치고 있다/ 허리 한 번 못 편 채 안간힘 다해' 살아가고 있다고 언술함으로써, '바닥'이라는 시어를 온몸으로 견디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은유하는 것으로 확장하고 있다. 나아가 시인은 상상력의 공간을 '기름 유출사고에/ 악취를 뒤집어쓰고 바닥에 붙들린 바닷새들'로 확장함으로써, 바닥이 인간의 오염된 욕망과 깊은 고리를 이루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서 바닷새는 동물의 이름이라기보다 질 들뢰즈가 지적했듯이 '욕망하는 기계'의 한 일원으로서, 피땀 어린 노동으로 삶의 활로를 열어가는 이 시대의 민초들을 환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은 결구에 '날아다니는 바닥이다'라는 구절을 배치함으로써, 낮고 누추한 데 있는 사람들의 삶은 결코 영속되는 법이 없으며, 밝고 새로운 전망의 세계를 향하여 비약해 간다는 사유를 담지하고 있다. (박몽구/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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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나를 디자인하다』에서 / 2017. 9. 20. <지성의 상상 미네르바>펴냄
* 서주영/ 충남 아산 출생, 2009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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