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체득/ 박무웅

검지 정숙자 2017. 9. 22. 19:26

 

 

     체득

 

    박무웅

 

 

  무심히 쳐다본 밤하늘에

  어머니, 눈 부릅뜨고 계신다

  너무 밝을 때는 반쯤 감은 반달이 되고

  또 너무 어두울 땐

  저 보름달처럼 눈 부릅뜨라 하시던

  또 함부로 눈 돌리지 말라시던

  그 눈 돌릴라치면

  밝은 아침까지 마루라하시던

  반쯤 까막눈이었던

  내 어머니의 체득이

  산등성이 위에서 밝게 빛나고  있다

 

  달은 왜 밤에만 뜨는지 아느냐고

  그건, 제 속에 까만 눈동자 같은

  어둠이 없기 때문이라고

  눈을 감을 땐

  새로운 눈을 뜰 준비여야 한다고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나는 또 내 아들에게 일러주다 보면

  어머니, 그새 이만큼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있다

 

  아무리 캄캄한 밤이어도

  나는 어머니의 눈빛을 찾을 수 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낭만적 감상은 모든 시인들에게 주어진 정신적 함정이다. 이런 유혹을 단칼에 베는 것은 정신의 절벽 같은 결단일 것이다. 박무웅은 싸구려 감상이 자신의 시적 터미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이런 태도는 가난과의 오랜 싸움으로 단련된 것일 수도 있고, 그가 태생적으로 초월적 숭고崇高를 지향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우리가 볼 때 그의 태도는 이 두 가지 모두와 관련이 있다. 그는 가난했지만 슬픈 가락에 자신을 맡기지 않았고, 바위를 내려치는 무사武士의 정신을 따랐다. 그의 시 속에는 수많은 싸움의 기록들이 감추어져 있다. 또한 그의 시에는 그가 겪은 수많은 절벽들이 숨겨져 있다. 그의 시에는 그런 의미에서 '무림武林'의 냄새가 난다. (오민석/ 문학평론가)

 

    --------------

  * 시집『끼, 라는 날개』에서/ 2017. 7. 30. <도서출판 달샘> 펴냄

  * 박무웅/ 충남 금산 출생, 1995년『심상』으로 등단, 시집『소나무는 바위에 뿌리를 박는다』『공중국가』등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고 낮은 테이블/ 이원  (0) 2017.09.24
창/ 박무웅  (0) 2017.09.22
깃털도 무겁다/ 이연주(대구 출생)  (0) 2017.09.21
중환자실/ 이연주(대구 출생)  (0) 2017.09.21
그날을 건너다/ 서주영  (0) 2017.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