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조>
제비쑥
문효치
제비는
날아가고
쑥잎만
남았으니
비어있는 이름자리
휑하니
아픔이다
그 아픔
오롯이 솔아
청옥으로 굳었지
-전문-
▶ 해설> 한 문장: 제비쑥은 수컷牡蒿의 쑥이란 의미를 갖는다. 종자가 아주 작아서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수컷이 자식을 낳지 않는 것에 빗댄 명칭이다. 제비쑥에 대비되는 여성스런 쑥은 뺑쑥artemisia feddei이다. 제비쑥이 사는 곳에는 종종 뺑쑥도 함께 자생한다. 뺑쑥은 땅 속에 들어가 줄기가 달리지만 제비쑥은 땅 속 줄기는 없어 수컷의 속성처럼 한 포기 한 포기씩 난다고 하니 쑥도 인간의 성정을 닮은 듯하다. '제비'의 어원은 본래 초호草蒿라는 한약명으로 '져븨쑥→접의쑥→졔비쑥'에서 유래하는데, 고어로 '져븨'는 제비를 말한다. 일부에서는 쑥의 잎 모양이 제비 또는 연미복을 닮은 것에서 연유하는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어원과는 별개로 시인은 "제비는 날아가고 쑥잎만 남"은 존재를 상상한다. 그러니 "비어 있는 이름자리가 휑하니 아픔"으로 다가오는데, 그 아픔이 오롯이 솟아올라 최고의 옥인 청옥, 쑥비취로 굳었다고 믿는다. 제비를 닮아 이름을 얻은 풀꽃을 통해 이별의 상실과 고통을 체감하고 그 속에서 빚어 올리는 아름다운 사랑의 승화를 비취에 빗대고 있다. 시인의 남다른 상상력이 흔하디흔한 쑥에서 최고의 빛깔을 지닌 비취를 뽑아 올리고 있다. (권갑하/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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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집『나도바람꽃』에서 / 2017. 7. 25. <시월>펴냄
* 문효치/ 1943년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서울신문》《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무령왕의 나무새』『별박이자나방』등 14권, 산문집『시가 있는 길』등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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