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메리 올리버(1935~ )
그대가 꼭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먼 길을
무릎으로 기며 참회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대 육체의 약한 동물이 원하는 것을 하게 두라.
상처를 말해보라, 그대의 것을, 그러면 내 상처도 말해줄게.
그러는 동안 세상은 돌아가겠지.
그러는 동안 태양과 비는
풍경을 가로질러 나아간다.
풀밭과 우거진 나무들을 넘어
산과 강 위로.
그러는 동안 푸른 하늘 높은 곳에서
기러기들이 다시 고향을 향해 날아간다.
그대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그대의 상상 앞에 자기를 드러내고
기러기처럼 그대에게 소리칠 것이다, 들뜨고 거친 목소리로 ̄
만물로 이루어진 이 세계 어딘가에는
다시, 또 다시 그대의 자리도 있다는 것을.
-전문-
▶ 시는 어디서 오는가?(발췌)_ 장석주
우리가 꼭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은 자유를 억압한다. 따라서 지나친 자책과 회한의 시간들은 삶을 낭비하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 육체의 약한 동물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이 자연의 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들, 태양과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갈 때 "그대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그대의 상상 앞에 자기를 드러"낸다. 빛과 대기 아래 놓인 이 놀라운 세계 속에서 우리는 태어나서 사랑하고 살다 죽는다. 누구도 다가오는 죽음을 멈출 수가 없다. 나는 늙고 기력이 쇠해지고 근육들이 늘어진 뒤 결국 죽음을 맞는다. 이 세계 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걸 말해준 건 가을 밤하늘에 열을 지어 나는 기러기들이다. "나는 내 서쪽 길로 내려선다…… 내 근육들은 늘어지고,/ 향기와 젊음이 나를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의 자취가 된다."(월트 휘트먼,『풀잎』, 허현숙 옮김, 열린책들, 2011, 188쪽.)/ 나를 스쳐가는 시간들, 그리고 세월들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덧없는 나의 자취! 이것마저 망각을 향해 다가간다. 시는 삶을 이루는 모든 찰나에서 파열하듯이 나타난다. 변화무쌍한 날씨들, 상처들, 태양과 비, 산과 강들, 새벽과 황혼들, 조롱과 모욕, 어둠과 혼란, 빛이 스러지는 찰나들, 열린 문과 닫힌 문, 탄생과 죽음, 감정의 파고들, 결핵과 천식 같은 누이들의 질병에서, 시는 계기와 동기를 찾는다. 시는 번개들을 낚아채는 피뢰침이다. 우리는 마른 하늘에 떠다니는 번개들을 보지만 그것을 붙잡을 수는 없다. 오직 직관의 시들만이 번개들을 낚아채는 기적을 만든다. 시는 논증이나 의미의 집적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사전에도 없는 말이요,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상징이다. 시, 무수한 직관, 천년 전 밤으로부터 오는 예언들, 거침없는 야만인들의 목소리, 죽음을 앞둔 별들의 탄식, 오래된 대지의 한숨. "그것은 형태이며 결합이고 계획이다…… 그것은 영원한 삶이며…… 그것은 행복이다."(월트 휘트먼, 앞의 책, 148쪽.) 시인들은 제 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이것들을 세계에 중계한다. 어느 시대에나 가장 신비한 시인들은 신의 계시를 전달하는 샤먼이고, 저도 모르는 방언이 터진 예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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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표현 』2017-9월호 <권두시론>에서
* 장석주/ 1975년 『월간문학』등단, 1979년《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몽해항로』외, 평론집『시적 순간』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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