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이총이문耳塚異聞/ 사사키 가오루 : 한성례 옮김

검지 정숙자 2017. 4. 15. 02:19

 

 

    이총이문耳塚異聞

 

    사사키 가오루 : 한성례 옮김

 

 

옛날, 귀 사냥이 자행되었다

   - 히데요시秀吉는 귀 수집가로 명성이 드높았다

   조선 출병의 기념품은 소금에 절인 귀였다

   귀의 숫자에 따라 전쟁의 공적이 정해졌으므로

   도망치는 아이와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어머니

   죽기 직전의 노인의 귀까지도 잘라냈다

   한반도에서 살아남으려면

   귀 없는 민족이 되어 그저 숨만 쉬고 살아야 했다

   교토 도요쿠니 신사 앞 귀 무덤에 가 보아라 

   아직도 죽지 못한 귀가 겹겹이 쌓여서 꿈틀대며

   비릿한 냄새를 뿜어대고 있으리니

 

지금도 귀 사냥은 변함없이 자행되고 있다

이 섬에 거대한 비행장이 출현한 이래

귀 없는 인간이 급속히 늘었다는 분명한 사실

동양 최고를 자랑하는 이곳 공군베이스에는 몇 개인가 핵격납고가

아니 귀무덤*이 있다는 소문

새벽에 귀 모양의 미확인 비행 물체가

목적지도 없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어라! 저 귀 참 크기도 하구만."

수상쩍어서 눈썹을 찡그리며 올려다보지만

은색으로 빛나는 물체는 이미 구름 속으로 날아가 버리고

"대체 저게 뭐란 말인가."

"내 귀 돌려줘, 내 오키나와를 돌려줘."

 

귀는 들려서는 안 된다

귀로 무언가를 들어서는 안 된다

귀 속을 잡음과 소음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저공비행을 반복하는 정찰기

이슥한 밤, 검은 구멍으로 변한 귀에 이상한 전파가 와 닿는다

들어본 적 없는 억양으로

"전쟁은 평화를 위해, 피스 오브 워"

워 워 워를 반복하기에

두 귀를 잡아 당겨 보지만 

귀울음과 땅울림은 더욱더 커져갈 뿐

 

둥근달이 뜬 밤

돌연 귀무덤에서 피어나는 화경버섯* 광대버섯*

먹으면 웃음이 멈추지 않는 독버섯

꿈속까지 맹독 가스를 뿌려대며

미친 듯이 염불하며 춤춘다

나미아미 나미아미

아미타불이로다 아미타불이로다

    -전문-

 

  <저자 주>

  *이총 : 귀 무덤. 코 무덤鼻塚이라고도 하며,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에 출병한 임진왜란 때 코나 귀를 베어다 매장한 무덤. 그 수가 12만 6천이라고 한다.

 

  <옮긴이 주> 

  * 화경버섯Lampteromyces japonica : 버섯. 발광물질을 품고 있어 매혹적인 빛을 발하는 독특한 버섯. 서양에서는 '유령버섯', '여우불' 등으로 불렀으며, 일본에서는 '달밤버섯'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 광대버섯Amanita muscaria : 버섯. 빨간색에 흰색 점이 찍힌 화려한 버섯. 독에 중독될 경우 환각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미친 듯이 웃어대거나 미친 듯이 우울해지거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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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2017-4뤌호 <세계시의 현장>에서

  * 사사키 가오루/ 도쿄東京 출생, 1967년 오키나와로 이주, 첫 시집『바닷바람 부는 거리에서』로 제1회 '야마노쿠치바쿠상(山之口貘賞)', 2012년 시집『딥 서머』로 '오키나와 타임즈 예술선상選賞 대상' 등 수상, 그『어둠의 상문가相聞歌*』『기수 지역汽水域*』등의 시집이 있다. 현재 오키나와의 시문학지『아수라』의 편집인이며 실천하는 양심적인 시인으로서, 오키나와의 사회 문제와 오키나와 시를 위해 많은 힘을 기울여 왔다.

  <옮긴이 주>

* 상문가相聞歌 : 일본의 전통시가인 와카和歌의 한 형태. 주로 연모나 친애 등 남녀의 사랑을 편지 형태로 주고받은 시.

* 기수 지역汽水域 : 하구나 바다 근처의 호수와 같이 바닷물과 민물의 혼합으로 염분이 적은 물로 차 있는 지역.

 

  * 한성례1986년『시와 의식』으로 등단, 한국어 시집『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빛의 드라마』등, 한일 간 다수의 번역서가 있으며, 한일 양국 간의 시집 또한 다수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