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밤
장충열
발가락 사이를 빠져나간 모래
세파 밀려가고 밀려드는
움푹 패인 곳
땀방울이 핏빛 노을로 고인다
수많은 발들의 전쟁
철고래등에 불빛 달고 달리는 늦은 밤
내일의 불투명한 꿈 싣고
간신히 얹혀 있는 가장이라는 책임표
철바람에 휘청거린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얼룩을 만들지만
까맣게 쏟아지는 밤비늘 사이로
꼬리 잘리고도 세차게 도망치는
슬픈 도마뱀이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슬픔이란 욕망의 좌절이 가져온 정서적 반응이다. 근원적인 결핍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통해 그것을 채우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욕망이다. 그러나 그러한 욕망은 결코 완전하게 채워지지 않는다. 욕망의 현실적 실현은 항상 근원적인 결핍에는 부족하거나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핍을 보상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갈구하지만 그것 역시 또 다른 욕망만을 만들어 낼 뿐이다. 욕망의 충족은 끊임없이 유보되고 우리는 욕망의 대리물 사이를 끊임없이 표랑할 뿐이다. 바로 이런 것이 라캉이 말한 '욕망의 환유적 연쇄'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욕망의 환유적 연쇄에 대응하는 인간의 정서가 바로 슬픔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세상은 슬픔 그 자체이다. 이렇듯 슬픔은 채울 수 없는 욕망의 좌절을 피하지 않고 대면할 때 생기는 감정이다.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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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미처 봉하지 못한 밀서』2017. 6. 20. <도서출판 지혜>펴냄
* 장충열/ 1996년『월간문학』에 작품 발표로 활동 시작. 사)한국문인협회 낭송문화 진흥위원장, 시집『연시 그 절정』외 공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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