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벽/ 박하리

검지 정숙자 2017. 9. 13. 22:37

 

 

   

 

    박하리

 

 

  벽을 열고 들어간 하늘에는 뜨거운 태양이 퍼붓고,

  가끔 태양을 가리는 구름 그리고 바람소리,

  벽을 열고 들어간 바다에는 흔들거리는,

  바다와 떠 있는 섬, 정박하고 있는 여객선이 고요하다.

 

  그녀는 매일 벽을 열고 있다.

 

  벽 속에 펑퍼짐한 중년의 그가 웃고 있다.

  세월의 주름들이 꽃이 된 그녀와

  탈을 쓴 그녀의 얼굴은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다.

  늘 푸석한 얼굴에 툭 튀어나오는 눈, 굵어진 팔 근육,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다리의 푸른빛 혈관들이

  툭툭 터져 혈관들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얼굴은 붉은 태양이다.

  그녀의 얼굴은 푸른 바다이다.

  그녀는 오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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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말이 퍼올리는 말』에서/ 2017. 8. 25. <리토피아> 펴냄

  * 박하리/ 강화 서검도 출생,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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