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사람이 분다/ 이관묵

검지 정숙자 2017. 9. 3. 12:38

 

 

    사람이 분다

 

    이관묵

 

 

  새벽 두 시를 수리하고

  새벽 두 시의 불면을 개축하고

  잠의 성단에 사람 몇 자루 켜두었다

  촛불처럼

 

  오늘 밤은 등이 흰 내 기도가 환해질까

 

  천 년 전 왕유는

  내게 중국산 무심과

  원산지가 표시되지 않은 가을비를 보내주었다

 

  천 년 묵은 개축 자재!

 

  폐가 직전의 새벽 두 시

  수리하는 데 한번 써보라고

 

  내가 매일 맞이한 삶은 무심

  사람을 만지막거리면 왜 그게 시가 될까

 

  사람이 불자

  사람이 꺼진다

 

  사람에게 구원받고 싶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작품은 중국 당나라 때의 시불詩佛 왕유의 "무심"과 그의 시집 속 "가을비"를 효과적으로 차용함으로써 시적 의도를 선명하게 부각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천 년 묵은 개축 자재"로 지칭된 "무심"과 "가을비"는 "내 기도가" 필요한 "사람"과 달리, 한결같이 "환해질" 수 있는 것들이다./ 한 가지, 이 시에서 "사람이 불자/ 사람이 꺼진다"라는 시적 전언은 여전히 의미 윤곽이 분명치 않다. 다만, "잠의 성단에 사람 몇 자루 켜두었다"라는 진술, 시인의 "기도"와 "사람"이 대척지간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루어 추측이 가능하다. 아마도 이 부분은 타자와의 갈등, 더 나아가 인간의 고유성을 망각한 현대 일상인(homo quotidianus)들의 이기심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현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판적 회의의 뜻으로 이해해 봄직하다. (이성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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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동백에 투숙하다』에서/ 2017.8.10. <(주)천년의시작> 펴냄

  * 이관묵/ 1947년 충남 공주 출생, 1978년 『현대시학』으로등단, 시집『수몰지구』『시간의 사육』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