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上거지/ 정대구

검지 정숙자 2017. 9. 2. 16:54

 

 

    上거지

 

    정대구

 

 

  거지 중 으뜸 거지는 붓다佛陀 부처님

 

  가비라국의 왕자 석가모니 싯다르타

 

  그는 왕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비럭질을 평생 직업으로 삼아

 

  천이백오십 인의* 떼거지들을 이끌고

 

  개든 궂든 비오든 거르지 않고

 

  사위대성이란* 큰 도시를 누더기와 맨발로 누비며

 

  밥 빌어 겨우 연명해가며

 

  오롯이 발 씻고 가부좌 틀고 앉아*

 

  오로지 무아의 상태로 중생구제 방편을 깨닫기까지

 

  방대한 팔만대장경을 설하기까지

 

  그가 입적하고 또 몇 오백년*이 지난 현세까지

 

  붓다는 무소유의 위대한 알거지

 

  비록 본의 아니게 지금은 명산대찰 금부처로 앉아 계시지만

 

  여전히 가부좌 튼 맨발 앞에 쌓이는 시줏돈을 거두어

 

  거지 없는 광명천지 지긋이 꿈꾸며

 

  세계빈민구제센터나 세상 구석구석 소소한 데까지

 

  빠짐없이 천안천수로 샅샅이 살펴

 

  가진 것 없이 탈탈 나누어 주는 보시의 손길

 

  그리하여 붓다는 삼세를 넘나들며 지금도

 

  장엄한 맨손바닥 내밀어

 

  거지 중의 상거지로 살아 계시다

    -전문-

 

   * 금강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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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백지』에서/ 2017.8.18. <도서출판 도훈> 펴냄

  * 정대구/ 1936년 경기 화성 출생, 1972년《대한일보》로 등단, 시집『나의 친구 우철동 씨』『제부도 가는 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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