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달규/ 장종권

검지 정숙자 2017. 9. 1. 14:47

 

 

    달규

 

    장종권

 

 

  초등학교 동창생인 달규는 지능이 일 할 정도 빠져 있어서

일년 삼백육십오 일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는데 그 놀림까

지도 사랑으로 받아들일 만큼 착해서 천사가 따로 없드랬지.

누나가 시집가는 날 친구들 우 몰려가서 동네사람들이 신랑

닦달하는 거 구경했는데 하늘같은 누나 떠나고 달규도 자라

서 새각시를 얻었드랬지. 선녀 같은 각시가 딸 하나도 낳아주

고 논일 밭일도 마다 않고 땀 흘려 일했드랬지. 너무 이뻤던

거야. 한 집 건너 동네 사내 한 놈이 밭둑 너머 솔밭에서 손을

슬쩍 당겨보았는데 그냥 끌려오더라는 거야. 다음날 막걸리

한 잔 마신 그 사내 동네 다른 사내들에게 저 이쁜 선녀년이

거시기하드라 떠들어댔다지. 그 날 저녁 두 집 건너 사는 사

내가 달규네 집 찾아가 달규 술 사오라 심부름 시켜놓고 그

사이 각시 손 슬그머니 끌어당겼더니 어랍쇼 그냥 자빠지드

란다. 다음날엔 건너마을 사내까지 안방으로 쳐들어와 달규

심부름 보내놓고 각시와 놀았다는데 동네 다 아는 소문도

달규는 몰랐드랬지. 어찌어찌 하다 달규네 보따리 싸들고 서

울로 이사를 갔는데 몇 년 안 가 부고가 왔네. 각시 선녀 새

서방 얻어 어디론가 떠나고 달규 천사는 아등바등하다가 끝

내 지가 살던 하늘나라로 따났다고. 슬프지 않아.

 

 

   ------------------

 * 시집 『전설은 주문이다』에서/ 2017.7.31 <리토피아> 펴냄

 * 장종권 / 전북 김제 출생, 1985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아산호 가는 길』『호박꽃나라』등, 장편소설『순애』, 단편소설집『자장암의 금개구리』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삼덩굴/ 김기준  (0) 2017.09.02
처형 도시 외 1편/ 김왕노  (0) 2017.09.01
어머니의 집-3 / 장종권  (0) 2017.09.01
슬픔의 자전/ 신철규  (0) 2017.08.28
유빙/ 신철규  (0) 2017.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