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동가이서
조민
비가 온다
지붕을 걸어서 온다
계단을 걸어서 온다
파란 빗자루에 앉았다가
일어선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난다
꽃나무 발등에 앉는다
비를 쓴다
비를 비로 쓴다
비가 이리저리 쓸려 다닌다
쓱쓱쓱 비가 간다
계단을 걸어서 간다
꽃잎을 밟고 간다
빗물이 발가락 사이에 고였다가
빠져 나간다
비는 오다가 가고
비는 가다가 다시 온다
의자는 말이 없다
의자는 발이 없다
꽃나무는 말이 없다
꽃나무는 발이 없다
비가, 꽃나무가, 살짝 왼쪽으로
허리를 비튼다
비와 꽃나무는 서로를 모른다
꽃나무가 나를
계단에서 지붕 위로
옮긴다
-전문-
해설> 한 문장: 글쓰기는 최고로 불행한 자 세계(관계)의 본질이 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식적으로 선취하고 있기에 를 그가 속한 불행한 세계로부터, 불행한 세계가 초래하는 허무주의로부터 매번 아슬아슬하게 구원해 낸다. 시의 힘이 이것이다. (김상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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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구멍만 남은 도넛』에서/ 2017. 6. 30. <(주)민음사> 펴냄
* 조민/ 경남 사천 출생, 2004년『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 『조용한 회화 가족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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