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점, 점, 점
이영신
당신이 나에게 시앗이 낳은 아기를
안겨주며 젖어미가 되라 하네요
내 품에 핏덩이를 안겨주네요
나는 속으로 나쁜 사람이라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가슴에 찰싹 안겨오는 아기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젖꼭지를 물고는 좋아서 웃는 모습에
차마 아기를 미워해서는 안 되는데…
시앗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고 하였는데…
내 속에는 온갖 형형색색의 실꾸리들이 엉키다가는
풀어지고 풀어졌다가는 도로 엉키며
까맣게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야, 이빨이 새로 나오려는 이 어린놈!
아프게도 젖을 깨물어 나도 모르게 내던졌습니다
꽉 물었던 젖꼭지가 빠지며 떨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저만치서 자지러질듯이 우는 아기 생각은 까맣게 잊고
내가 가엾어서 나도 모르게 엉 엉 울었습니다.
사방으로 젖이 점 점이 튀어 나갔습니다.
내 상처, 내 아픔이 점, 점, 점 은하수 별이 되었습니다
-전문-
표4> 능소능대, 자유자재, 이영신 시인이 보여주는 우주 천체의 세계는 시앗본 화성댁 큰어머니가 저 하늘의 화성이라는 설정처럼 저 별들의 세계가 곧 우리네 사람 사는 세계에 다름 아님을 한눈에 보여준다. 시인 역시 우리네 "몸속을 이루는 물질 하나하나가 저 하늘,/ 무수한 별들의 원소와 같다고 한다." 인생 유전이 아니라 우주 유전을 몸과 마음으로 겪는 시인의 우주 편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시간과 공간은 물론 상상세계의 초월적인 영역마저 시 속에 포용한 시인의 매직은 능소능대, 자유자재이자 물아일체의 전범이다. (박제천/ 시인, 문학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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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저 별들의 시집』에서/ 2017. 5. 10. <문학아카데미> 펴냄
* 이영신/ 충남 금산 출생, 1991년『현대시』로 등단, 시집 『망미리에서』『천장지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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