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생각
서윤규
이 밤,
그대를 생각합니다.
내 몸으로 짠, 내 몸에 꼭 맞는 관 속에 누워
그대를 생각합니다.
일 분이 일 년처럼 흘러가고
일 분을 일 년처럼 나는 늙어갑니다.
어둠의 뿌리들이 혈관을 따라 온몸을 칭칭 감고
들끓던 마음처럼 내장 가득 오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벌레들…….
어둠을 베고 누워서도
그대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하얗게 셉니다.
검은 머리카락 한 올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어느덧 살점 한 점 남김없이
뼈마디가 드러나고 해골이 되어 누웠습니다.
죽어서도 썩지 못하는 그대 생각,
치열처럼 가지런히 드러낸 채
우는 듯 웃고 있습니다.
그 어느 날, 눈부신 햇살 아래
무덤이 파헤쳐지고
관 뚜껑이 열리는 순간
머리를 풀어헤친 채 하얗게 웃는 듯 울고 있을 나의 해골,
죽어서도 그대 생각에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다가,
아무래도 내가
어떻게 됐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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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두부는 비폭력 무저항주의자』에서/ 2015. 5. 22. <문학의전당> 펴냄
* 서윤규/ 경기 양평 출생, 1990년『현대시조』에 시조, 2001년『월간문학』신인상 당선으로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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