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그대 생각/ 서윤규

검지 정숙자 2017. 8. 20. 15:48

 

 

    그대 생각

 

    서윤규

 

 

  이 밤,

  그대를 생각합니다.

 

  내 몸으로 짠, 내 몸에 꼭 맞는 관 속에 누워

  그대를 생각합니다.

 

  일 분이 일 년처럼 흘러가고

  일 분을 일 년처럼 나는 늙어갑니다.

 

  어둠의 뿌리들이 혈관을 따라 온몸을 칭칭 감고

  들끓던 마음처럼 내장 가득 오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벌레들…….

 

  어둠을 베고 누워서도

  그대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하얗게 셉니다.

  검은 머리카락 한 올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어느덧 살점 한 점 남김없이

  뼈마디가 드러나고 해골이 되어 누웠습니다.

 

  죽어서도 썩지 못하는 그대 생각,

  치열처럼 가지런히 드러낸 채

  우는 듯 웃고 있습니다.

 

  그 어느 날, 눈부신 햇살 아래

  무덤이 파헤쳐지고

  관 뚜껑이 열리는 순간

  머리를 풀어헤친 채 하얗게 웃는 듯 울고 있을 나의 해골,

 

  죽어서도 그대 생각에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다가,

  아무래도 내가

  어떻게 됐나 봅니다.

 

    -------------

  * 시집『두부는 비폭력 무저항주의자』에서/ 2015. 5. 22. <문학의전당> 펴냄

  * 서윤규/ 경기 양평 출생, 1990년『현대시조』에 시조, 2001년『월간문학』신인상 당선으로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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