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 이영신

검지 정숙자 2017. 8. 18. 01:16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

 

    이영신

 

 

  루이 암스트롱의 연주를 듣다가 올려다 본 하늘

 

  태양계를 이미 한참 지나서 별들 사이 사이 너머

  지금도 하염없이

  암흑 우주를 가고 있을 보이저 1호를 그려봅니다

 

  그 몸체엔 LP 골든디스크

  어느 누가 받아도 재생이 가능한

  지구별이 보내는 인사와 갖가지 메시지

  바하에서 암스트롱의 음악까지 챙기고는

  십억 년쯤 뒤에라도 누구든 받아만 주시라고

  새로운 만남을 꿈꾸며 끝 모른 채 가고 있습니다

 

  그가 멀리서 파노라마 속 같은

  이 세상을 찍어서 보내준 전송 사진 속에는

  다 지워진 채

  창백한 푸른 점* 모래 한 알만이 보이고

 

  기적처럼 햇살에 기대어 숨을 들이쉬는

  내가

  흐릿한 밑그림이 되어 보일 듯 말 듯합니다.

     -전문-

 

    * 칼 세이건의 책 이름

 

 

  해설> 한 문장: 우주 저 멀리 보이저 1호가 바라보는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 모래 한 알"에 지나지 않는다. 이영신 시인이 소재로 살고 있는 『창백한 푸른 점』의 저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가 찍은 점에 불과한 지구를 가리키며,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할 것이 없으며, 그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 집이자 우리 자신임을 역설했다.(칼 세이건,『창백한 푸른 점』)/ 이영신 시인은 보이저 1호식의 자아 ㅂ라보기를 제시힌다. 그리고  우주의 관점에서 낯선 자아와 마주한다. 우주 멀리서 바라보는 지구는 "모래 한 알만"하지만, 그 속에 "흐릿한 밑그림"처럼 "보일 듯 말 듯"한 '나'는 "기적처럼 햇살에 기대어 숨을 들이쉬"고 있다. 일상적 자아의 궤도에서 벗어나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면, 익숙했던 형체들이 허물어지고 흐릿한 밑그림만 남지만, '나'의 내용은 전혀 새로운 것들로 채워진다. "햇살에 기대어 숨을 들이쉬"는 자아, 세상과 호흡하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들이마시는 자아, 그 발견은 "기적" 같다. (안승우/ 철학박사, 성균관대 겸임교수)

 

    -------------

  * 시집『저 별들의 시집』에서/ 2017. 5. 10. <문학아카데미> 펴냄

  * 이영신/ 충남 금산 출생, 1991년『현대시』로 등단, 시집 『망미리에서』『천장지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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