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르는 비
신용목
울음 속에서 자신을 건져내기 위하여 슬픔은 눈물을 흘
려보낸다
이렇게 깊다
내가 저지른 바다는
창밖으로 손바닥을 편다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다
비가 와서
물그림자 위로 희미하게 묻어오는 빛들을 마른 수건으
로 가만히 돌려 닦으면
몸의 바닥을 바글바글 기어온 빨간 벌레들이 눈꺼풀 속
에서 눈을 파먹고 있다
슬픔은 풍경의 전부를 사용한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에서의 그림자는 낮과 밤의 경계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어떤 존재에 대한 증명처럼 보인다. 물그림자는 수면에 비치는 사물의 형상을 의미하는데, 그 아른거리고 흔들리는 존재는 빛이기도 하고 어둠이기도 하다. 어둠을 이기고 수면에 비치는 빛이기도 하고, 빛을 흩어놓는 어둠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림자가 반영하는 존재는 그 속에 무언가를 담고 있다고 했다. 물기에 빗대어졌던 그것은 여기서 물그림자에 담긴 물기가 되어버려서 곧장 구분이 없어진다. '나'와 비에 젖은 풍경이 경계 없이 스며들고 대상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초래된다. (김나영金娜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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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에서/ 2017. 7. 27. <(주)창비> 펴냄
* 신용목/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아무 날의 도시』등, 산문집『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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