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칼
신용목
달과
칼,
왠지 닮아 있어서
밤이 깊숙한 칼집 같다고 문자를 보낸다. 수없이 찔리고
도 한번도 베이지 않는 칼집 속으로
칼이 들어오고 있어.
피가 묻어 있어. 어머 저 별 좀 봐.
예쁘다.
예뻐서, 어느 나라에서는 달 대신 칼을 그리고 높은 깃
대에 달았나보다.
아침마다 피 흘리는 사람들이 귀신처럼 서서 죽은 아이
를 쳐다보는 나라.
사실 칼집은 당한 채 태어났다.
죽은 채 태어났다.
시체로 태어난 시체에게 물었지.아파? 네 몸에서 별을
봤거든.
밤에게
죽어서도 아파? 엄마를 물었지.
그래서 밤의 어딘가에는 늘 울음이 있지만,
다시 쓴다.
달이 뜨고, 누군가 우물 속에 던진 칼이 어두운 바닥에
서 반짝이는 밤이야.
잘 지내자.
-전문-
해설> 한 문장: 어떤 서로 다른 것들의 뒤섞임 속에서만 발휘되고 결정되는 감정은 그것이 무엇이든 한 인간을 고독하게 만든다. '나'는 결국 관계라는 치열한 교통으로부터 비자발적으로 밀려나고 가까워지기를 거듭하면서 표나는 상처 없이도 마구 헝클어지고 해져서 흩어지기 직전인 존재의 마지막 정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것들을 서로 다른 것인 채로 받아들이긴 했으나, 그것을 제 안에서 어떻게 정돈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대한 난처함이나 곤란함이 누군가를 누군가이게 한다. 그 누군가의 불가능한 자기증명에 대한 고투는 이토록 담담하게 '나'를 돌아보는 일로 그려지기도 한다. (김나영金娜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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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에서/ 2017. 7. 27. <(주)창비> 펴냄
* 신용목/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아무 날의 도시』등, 산문집『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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