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1/ 신현림

검지 정숙자 2017. 8. 9. 20:07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1

 

    신현림

 

 

  서른 번째 생일날에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마흔 번째 생일날에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개구리가 셰익스피어를 이해할 수 없듯이

  네가 나를 이해 못하고

  내가 너를 이해할 수 없어도

  우리라는 구름 울타리가 있어 자살하지 않았다

 

  사람처럼 키스하는 산비둘기 보며

  인생이 신기하고 궁금해서 자살하지 않았다

  커피 향과 따순 밥이 너무나 맛있어 자살하지 않았고

  꽃과 나비와 해와 바람을 선물받고

  세상에 진 빚을 갚지 못해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자식을 키워야 해서 자살하지 않았고

  쓸쓸한 나와 같은 너를 찾아

  슬픔에 목메며

  슬픔의 끝장을 보려고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시인이 "변화한다는 것은 원숙해진다는 것이며, 원숙해진다는 것은 무한정 자신을 창조한다는 것이다"라고 베르그송을 인용할 때, 이것은 일종의 시론(시론)처럼 읽힌다. (……) 어쩌면 시인은 산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일이 아닐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순아/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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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반지하 앨리스』에서/ 2017. 7. 21. <(주)민음사> 펴냄

  * 신현림/ 경기 의왕 출생, 199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침대를 타고  달렸어』등, 에세이집『나의 아름다운 창』『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등, 세계 시 모음집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시가 나를 안아준다』등, 동시집『초코파이 자전거』, 사진전 <사과밭 사진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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