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설탕
신현림
어딜 가도, 누구를 만나도
돌아오는 길에 혼자뿐이구나 쓸쓸해했다
해 지는 분홍빛 하늘 보면 가슴이 아팠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스러지는 날
뭔가 끄적거리지 않고는 그날은 어디에도 없었다
햇살만큼 당신이 그립다고 손 편지를 썼다
더는 외로울 틈이 없다고
인생의 실이 짧은 줄 이제 뼈아프게 느낀다고
어느 날 맛나게 못 먹을 때를 생각하며
밥알이 하얀 꽃잎인 듯 천천히 씹었고
어느 날 안을 수 없을 때를 떠올리며
푸른 기타인 듯 당신을 안고 싶었다
당신이 곁에 없어도 당신을 느낀다고 쓰니
식탁으로 햇살 설탕이 쏟아졌다
아무도 없어도 나 혼자가 아니었다
자꾸 창을 열어 보라고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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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반지하 앨리스』에서/ 2017. 7. 21. <(주)민음사> 펴냄
* 신현림/ 경기 의왕 출생, 199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침대를 타고 달렸어』등, 에세이집『나의 아름다운 창』『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등, 세계 시 모음집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시가 나를 안아준다』등, 동시집『초코파이 자전거』, 사진전 <사과밭 사진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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