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햇살 설탕/ 신현림

검지 정숙자 2017. 8. 9. 20:21

 

 

    햇살 설탕

 

    신현림

 

 

  어딜 가도, 누구를 만나도

  돌아오는 길에 혼자뿐이구나 쓸쓸해했다

  해 지는 분홍빛 하늘 보면 가슴이 아팠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스러지는 날

 

  뭔가 끄적거리지 않고는 그날은 어디에도 없었다

  햇살만큼 당신이 그립다고 손 편지를 썼다

  더는 외로울 틈이 없다고

  인생의 실이 짧은 줄 이제 뼈아프게 느낀다고

 

  어느 날 맛나게 못 먹을 때를 생각하며

  밥알이 하얀 꽃잎인 듯 천천히 씹었고

  어느 날 안을 수 없을 때를 떠올리며

  푸른 기타인 듯 당신을 안고 싶었다

 

  당신이 곁에 없어도 당신을 느낀다고 쓰니

  식탁으로 햇살 설탕이 쏟아졌다

  아무도 없어도 나 혼자가 아니었다

  자꾸 창을 열어 보라고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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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반지하 앨리스』에서/ 2017. 7. 21. <(주)민음사> 펴냄

  * 신현림/ 경기 의왕 출생, 199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침대를 타고 달렸어』등, 에세이집『나의 아름다운 창』『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등, 세계 시 모음집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시가 나를 안아준다』등, 동시집『초코파이 자전거』, 사진전 <사과밭 사진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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