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새를 먹은 동백꽃
배한봉
바람이 세계의 입술을 얼려버리는 순간에도
화들짝, 붉은 시간을 개화시키는
마음 속 너를
꺼내 저만치 밀쳐내고 내 안을 들여다본 적 있지
통증은,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지만
너 없는 자리
시커먼 덩어리의 적막
너무 커, 씨줄 날줄 너무 촘촘해
숨 쉴 수 없어 나 밤새 신음도 못하고 까무러쳤지
언어를 버리고 도를 깨친 선사처럼 나
너를 버리면 시를 깨칠 수 있나
시뻘건 꽃 모가지를
스스로 참수한
동백의 피 묻은 말이 적막의 허공을
점자처럼 더듬고 있는 새벽
사방 길들은 어슴어슴
뱀처럼 꿈틀거리며 알몸 드러내는데
아직도 나
적막의 빈방 가로지른 관처럼 누워
동박새 울음으로 캄캄한 목구멍 틀어막는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자연은 저 스스로 자족적으로 존재하는 순수한 생명의 표상이다. 그곳에는 인간 세계를 지배하는 무한 욕망도 없고 물질에 대한 맹신도 없다. 그곳의 생명들은 저 스스로 존재 의미를 간직하면서 상관적으로 상생하며 존재할 뿐이다. (이형권/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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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주남지의 새들』에서/ 2017. 5. 22. <(주)천년의시작> 펴냄
* 배한봉/ 경남 함안 출생, 1988년『현대시』로 등단, 시집『黑鳥』『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산문집『우포늪, 생명과 희망의 노래』『당신과 나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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