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나를 향해 총을 쏘았다-마야코프스키 4/ 민윤기

검지 정숙자 2017. 7. 30. 03:41

 

 

  나를 향해 총을 쏘았다

  -마야코프스키 4

 

   민윤기

 

 

  나는 막심 고리키의 식사 초대를 받았다

  식탁에 앉았지만 밥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꾸만 머릿속에서 시가 떠올라 몸을 흔들며 시를 낭송했다

 

  고리키가 말했다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자네는 위대한 시인의 재능이 있네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걸세

  나는 대답했다 막심 고리키에게

  오늘 당장 미래가 필요합니다

  내 시가 없으면 미래도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내 시가 없습니다

  요란한 과장과 모욕과 허식만 있습니다

 

  나는 바지를 입은 구름*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바쳤다 

  죽음만이 해결 가능한 사랑의 결말이었다

  혁명 속에 뛰어들었다 러쌰 혁명의 성공을 위해 슬로건을 이끌었다

  몇 천 장의 풍자화를 그리고 표어를 짓고 노래가사를 썼다

  사랑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대중은 내 문학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어디를 가나 안 된다 아니오 온통 아니오 뿐이었다

  가지 마라 곁에 있어 줘 노라*에게 소리쳤지만 뿌리쳤다

  유서를 썼다 침대 속에 감추어두었던 무거운

  총을 들었다

     -전문-

 

    * 바지를 입은 구름: 마야코프스키의 시집 제목 

    * 노라: 마야코프스키가 최후에 사랑했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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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삶에서 꿈으로』에서/ 2017. 7. 10. <문화발전소> 펴냄

   * 민윤기/ 1966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유민』『시는 시다』, 주요 저서『소파 방정환 평전』, 산수필집『산에 미친』, 문화비평서『그래도 20세기는 좋았다』『이야기 청빈사상』등, 엮은 책『희망의 레시피』『연간 지하철시집』등, 『박인환 전시집』『노천명 발굴작품 전집』등, 미공개작품 발굴작업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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