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후예 3
- 천화遷化
유종인
스스로 숲으로 걸어 들어가 몸을 맡기고 싶은 마음이
그 스님한테는 마지막 욕망이었다지요
처음엔 적막이 오고 다음엔 새소리가 바람의 뒷목을 칠 때
스님은 스님의 몸을 방문한 암癌한테 무얼 해 주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다지요
그런데 그리 깊은 숲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던 것은 쓰러져 죽은 나무들이
숲 언저리에서 너무 편안했기 때문이었을걸요
나무로 치면, 평생을 꾸린 초록의 한 살림을
제 발 뿌리 근처에 내려 두고
제 상한 몸뚱아리마저 바람에 뚜욱, 부러뜨리는 쾌감도
어느 날 숲 그늘에 내려놓은 채 흙을 덮어
파묻을 일도 없이 고스란히 누우면
그게 완성처럼 벌써 한 자리 옮겨 간 거라지요
이게 다예요, 처럼
나무들은 제 살던 숲이 세속이고 탈속이니
스님은 제 몸에 온 암한테 별것도 없다 가져가라
그대로 한 마음 뚜욱, 분질러 주었겠지요
그예 맘 하나 풀어 주러 왔다
숲에 든 햇빛을 얼굴에 문질러 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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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숲시집』에서/ 2017. 6. 30. <(주)문학수첩> 펴냄
* 유종인/ 1968년 인천 출생, 1996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2003년《동아일보》신춘문예 시조부문, 2011년《조선일보》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 당선, 시집『사랑이라는 재촉들』『수수밭 전별기』등, 시조집『얼굴을 더듬다』, 미술 에세이『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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