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대중의 뺨을 때려라-마야코프스키 2/ 민윤기

검지 정숙자 2017. 7. 30. 03:21

 

    

  대중의 뺨을 때려라

  -마야코프스키 2

 

   민윤기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나는 오로지 우리만이 이 시대의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의 예술은 답답하고 갑갑했다

  푸시킨 따위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거 몽땅 내던져 버리고

  그들을 추종하는 대중의 뺨을 때려버리라고 선언했다

 

  그러니까 우리

 

  독단적이고 거침없이 자유로운 언어로 어휘의 범위를 확장하자

  이전 시대까지 존재해온 낡은 표현방식을 증오하자

  명예회관의 보잘 것 없는 간판은 떼어내 버리자

  문장 속에 남아 있는 비굴한 흔적을 지워 버리자

 

  나는 예술의 미래를 이끌며 그 여름의 번갯불 속에 있을 것이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번 세 번째 시집의 뼈대에 대해 그는 '나의 시, 나의 시론'에서 "'역사'와 '전쟁'의 감옥에서 돌아와 '실험'과 '방황'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밭 田자로 17층 고층 아파트를 세우고, 그 아파트에서 입(口)을 상상하고, 나아가 사람다운 삶의 품(品)격을 발견하는 '실험'을 함으로써 신선한 이미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읽는 즐거움까지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을 본다. 또한 인터넷으로 책을 사면서 구입한 책의 이름을 모아 한 편의 시로 구성해내는 발랄함이야말로 그의 시적 상상력은 아직도 싱싱하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있다./ 나는 지금도 내 친구 민윤기가 1974년에 출간한 첫 시집『유민流民』을 잊지 못한다. 수업 받기 위해 등교하면 대학 정문에는 어김없이 장갑차와 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고 서 있고, 캠퍼스를 빼앗긴 우리는 명수대로 연못시장으로 방황했던 시절, 우리는 유민이었다. 나는 가담하지도  참전하지도 않은 월남전에 가담(?)한 민윤기는 전쟁터에서나 돌아와서나 분명 '유민'이라는 생각에 잠겼을 터이겠지만, 아무튼 그 시집은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40년이 훌쩍 넘은 2015년 그는 두  번째 시집 『시는 시다』를 우리에게 내보이면서 "봐라, 짜식들아, 나 안 죽었어!"라고 소리치는 듯했다. 시는 時고, 始고, 是고, 視고, 示고, 尸고, 詩고, 그리고 see다. 민윤기식 시의 철학 앞에서 누가 감히 함부로 시인이라고 입 놀렸다가는 큰일 난다. 그만큼 그는 시를 잘 쓴다. 시를 잘 안다. 시를 잘 본다. 시와 간통하고 있는 그이기에 그렇다. (허형만/ 시인, 목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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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삶에서 꿈으로』에서/ 2017. 7. 10. <문화발전소> 펴냄

  * 민윤기/ 1966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유민』『시는 시다』,  주요 저서『소파 방정환 평전』, 산수필집『산에 미친』, 문화비평서『그래도 20세기는 좋았다』『이야기 청빈사상』등, 엮은 책『희망의 레시피』『연간 지하철시집』등, 『박인환 전시집』『노천명 발굴작품 전집』등, 미공개작품 발굴작업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