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들
문성해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내민 그것들
햇볕 속에 얼마나 뒤집어 보인 것인지
흑요석의 눈동자보다 더 그을려 있네
뭄바이에서 내가 최고로 많이 본 것
오목한 입술이 들어 있는 것
달싹거리는 입술이 달린 손바닥을 본 적이 있는가
손에 딸린 바닥으로
여인들은 더러운 땅바닥을 짚고 있다가
여행객을 만나면 뒤집어 보였네
화려한 구걸의 말도 없이
거부당하는 데 익숙한 표정들이
그 흔한 욕도 없이 돌아서면
도시는 또다시 조용해졌네
손에 달린 혓바닥을 본 적이 있네
가문 저수지 바닥처럼 금이 가 있었네
-전문-
해설> 한 문장: 뭄바이 여인들은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 구걸하는 손을 내민다. 그을린 손바닥에서 화자가 본 것은, 아닌 느낀 것은 오목한 입술, 달싹거리지만 동정심을 구하는 말을 떼지 못하는 입술이다. 너무 그을리고 너무 금이 많이 갔기에 손바닥에 입술 모양의 흔적이 생겼다. 입술이 어떻게 손바닥에 생겼는가, 라는 의심/착각을 따라가면 시인이 목격한 충격을 고스란히 공유할 수 있다. 생의 모서리를 놀랍도록 튿별하게 증폭시켰지만 자괴감 대신 아, 하는 생활의 탄식을 이끌어낸다.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토로해야 하는 시인의 의무처럼, 생활은 이렇게 어딘가 붙어 있어 귀이 떨어지지못하는 입술처럼 보여야 하는 괴로움이 있다.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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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에서/ 2016. 12. 12. <(주)문학동네> 펴냄
* 문성해/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1998년《매일신문》신춘문예와 2003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자라』『입술을 건너간 이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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