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上詩篇 _ (발췌)
안수환
地上詩篇Ⅰ부 - 22
비둘기는,
땅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 올랐다
비둘기의 越權일 것이다
안흥 고로쇠나무가 담을 넘어왔다
고로쇠나무의 越權일 것이다
나는, 고구마밭에서 감자고 캐고 土卵도 갰다
이만한 越權이 또 있을까
地上詩篇Ⅰ부 - 31
蘭州에 가면,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있다
맨발로 걸으면 발을 씻지 않아도 된다
맨발과 길바닥은 한 식구였다
씻는다는 개념은 내버린다는 뜻이다
도무지 내버릴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蘭州에 가면,
무당벌레와 호박덩굴을
하나님으로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을 용상에 앉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地上詩篇 Ⅱ부 - 11
그 둔한 암탉을 붙잡지 못하고
나는 갈팡질팡했다
날랜 참새라면 몰라도
갈릴래아 호수 흰 물결이라면 몰라도
흰 물결을 밟는 맨발이라면 몰라도
못을 박거나
바늘귀를 꿰거나
혹은 휑 바람이 그냥 지나갈 땐
나는 손을 떨었다
요즘엔 거짓말하는 횟수가 조금 줄었지만
地上詩篇 Ⅱ부 - 28
물앵두나무는 몸을 흔들어
물앵두를 낳았다
요한계시록을 읽은 나는
나도 모르는 동안
어느 정도 요한의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삭개오야 삭개오야
삭개오를 부르면
삭개오가 내 이름인 듯하다
어떤 때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홍합을 보고도
홍합이 내 얼굴인 듯도 하다
아무도 날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그냥 대답했다
地上詩篇 Ⅲ부 - 6
나는 거미를 보았다
거미는
거미줄을 붙들고 기다리고 있는 거다
거미는 하늘 위에 떠서
흙러가는 구름을 입에 물고
즉,
水天需卦의 표상이었던 거다*
키가 큰 병태 녀석이 거미줄을 흔들었다
예끼 이놈,
*『주역周易』수천수괘水天需卦의 표상(책에서 참조할 것). 수는 '기다릴' 수需. 내 생각엔 기다림만한 미덕이 없다는 것을 이에 천명하는 바다. 기다림 즉 희망이 없으니 이 시대는 이토록 어수선한 것.
地上詩篇 Ⅳ부 - 23
아내가 간 뒤
난 눈이 멀았다
아무것도 볼 것 없고
그러면 전부를 보게 되는 것
힘든 일 있더라도,
힘겨워하지 말하는 뜻이리라
힘겨워하다가 힘겨워하지 말라는 뜻이리라*
* 그 후 6개월 후 나는 눈을 다시 떠 국궁장으로 나가 과녁을 바라보면서 활시위를 힘껏 끌어당기게 되었다.
地上詩篇 Ⅳ부 - 23
팔레스타인 남서부 가자지구에서 본 청년
콧수염을 새까맣게 기른 그 청년
물어보진 않았지만
물어보면 예수의 양부 요셉을 존경한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도량이 넓었던 요셉,
신라 헌강왕代 級干 處容을 닮았던 요셉,
양부의 班列에 든 사람이 近者 남가좌동에도 살고 있다
그는 누가 실수를 해오더라도 헛기침 한 번 혹은 두 번했다
地上詩篇Ⅴ부 - 5
木櫨에 앉아
시인 박용래 선생과 대작하며 떠들은 이야기다
실개천이 흐르는 옥천엔 누구 있느냐
정지용이 있지요
맞다
그래서 옥천을 옥천이라고 부르는 거다
변산반도로 가는 길목 부안 거기엔 누구 있느냐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의 신석정이 있지요
맞다
그래서 부안을 부안이라고 부르는 거다
내가 사는 대전엔 누구 있느냐
저녁눈이 내린다고 눈물 잘금거리는 박용래가 있지요
맞다
그래서 대전을 대전이라고 부르는 거다
그렇다면 네가 사는 천안엔 누구 있느냐
默然 ,
地上詩篇 Ⅴ부 - 5
냇물에 박힌 돌을 빼갔으니 큰일났다
가재와 송사리가 애기를 낳지 못한다
가슴에 박힌 돌을 빼갔으니 큰일났다
눈물과 슬픔이 애기를 낳지 못한다
은주에서 대둔산으로 들어가는 냇물엔
돌멩이 한 개 돌멩이 두 개가 없다
평촌 감나무가 녹내장을 앓고 눈멀었다
쑥고개 남새밭의 엉거시 쑥갓 다 문드러졌다
한마디로 超越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둔산 구름다리가 있으나마나한 것이다
부디 내 가슴속에 돌을 깔아다오
냇물이 울먹울먹 울도록 돌을 깔아다오
地上詩篇 Ⅵ부 - 15
뭔가 내가 좀 아는 척했더니
금방 諄芒
이 나타났다
諄芒은 장자 편에 나오는 안개의 이름
그는 회오리바람 苑風에게 한 수 가르쳐주었다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듯이 살아가는 즐거움
그의 이름 混冥을 아시는가
날 좀 보시게
안개가 안개 속에 갇혀 있는 줄 알지만 안그렇다니까
자네 쪽에서 보면 내 얼굴 안 보일 테지만
나로서는 내 얼굴을 간직해주디 않았을 뿐
諄芒 곁에서 곶감을 뺴먹다가
나는 혓바닥으로 곶감 씨를 발라냈다
地上詩篇 Ⅶ부 - 8
원주엔
해발 1,288m의 치악산이 있고
육군대장 일군사령관이 있고
시인 김지하가 살고 있다
이만하면,
든든한 땅
地上詩篇 Ⅷ - 25
빼뿌쟁이는 길바닥 아무데나 깔려있다
지인의 존재방식이 이러했다
전국시대 그때도
빼뿌쟁이 곁에
장자가 앉아있던 方席이 놓여있었으니까
담양댁은 질경이를 빼뿌쟁이라고 불렀다
매화라고 부르지 않고 해당화라고 부르지 않고
담양댁은 질경이를 빼뿌쟁이라고 불렀다
담양택처럼,
길바닥 아무데나 깔려 있는 질경이를 보면 그냥
빼뿌쟁이
나머지는 입술과 혓바닥을 함부로 놀리는 搖脣鼓舌일 뿐
地上詩篇 Ⅷ - 27
며칠 전
난 도고에 가서 말을 탔다
말안장 위에 올라앉아 마냥 몸을 흔들었다
멀고먼 穹蒼처럼
말안장은 안으로 구부러진 채 천년만년 끝없이 뻗어나
갈 모양새였다
1615년 혹은 그 몇 해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밤하늘 목성을 바라보고
목성 주변에 돌고 있는 달을 보고
하늘의 境界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혔다
즉,
플로렌스 외곽에 살고 있던 그는
하늘의 표면을 보고
땅에도 하늘에도 境界가 있다는 사실에 몸을 떨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境界를 찾을 것도 없이
말안장 위에서 몸을 흔들던 나는
말안장을 보고 내가 내 자신의 境界라는 것을 깨달았다
말안장처럼,
나 또한 안으로 구부러진 채 매일매일 팽창하고 있었던 것
地上詩篇 Ⅷ - 30
팔로마 피카소가 디자인한 인조보석 목걸이엔
모로코나비가 날아다녔다
모로코나비의 색상은 파랑이었다
시바신의 눈망울 같은 파랑이었다
팔로마 피카소의 목덜미 近處
그 목덜미 近處
모로코나비의 일생이 흔뎅흔뎅 흔뎅거렸다
모로코나비의 파랑이 흔뎅거렸다
다른 것은 몰라도
모로코나비가 파란 것은
시바신의 눈망울처럼,
지상의 독을 끌어모아 한몸에 삼켰기 때문일 것이다
천상의 파랑 그 파랑이 천상의 독을 삼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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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한 문장: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모방을 인산 본성의 하나로 이해했다. 우리 뇌에는 거울뉴런mirror neurons이라는 모방 세포군이 있다. 거울뉴런으로 인해 관찰이나 간접경험만으로도 어떤 일을 직접하는 것과 같은 인식을 갖는다.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고 모방하는 일차적인 기제는 거울뉴런의 기능이다./ 거울뉴런이 상황적 모방 본능을 일으킨다면, 전두엽과 해마 등을 중심으로 연결괴는 일련의 뇌신경계는 경험을 추상적으로 의미화하여 사고한다. 그러한 상징의 본성은 다름 아닌 '동일화'이다. 우리는 자연과 정신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음을 인식한다. 그것은 '동일화'라는 인식의 본질소이다./ 지식이나 지성은 하나의 수단일 뿐 중요한 건 동일화의 인식이다. 아픔의 정을 갖는 건 우리가 동일화의 인식을 하기 떄문이다. 사랑과 자비는 그러한 동일성 인식의 발로이다. 부연하면, 시학에서 '동일화'는 형식을 통해 의미를 구현하는 일이다. 시인에게 형식의 수사학적 은유와 의미론적 주제에 관한 통찰력은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다./ 하지만 그러한 동일화 능력의 지향점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다. 그 중심의 심층부에 아픔의 인식이 자리한다. 시인에게 중요한 건 시인과 사물, 인간과 인간이 하나 되는 동일성의 인식과 아픔이다. 그러한 까닭에 안수환 시인은 "아픔 한 묶음을 손에 쥐고 있는 이상 (중략) 시인은 벌레를 보게 되면 벌레가 되고, 별을 보게 되면 별이 되는 순간을 맞는다"고 말한다./ 그러한 '동일화'의 능력은 자연의 재능이요 자연의 본성이다. 시인은 같은 글에서 "정신의 기표 기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하다. " '동일화' 그것은 자연이 우리가 하나임을 잊지 않도록 부여한 '정신의 기호'이자 표지이다('동일화'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융합학문) 상징학』, pp.150-221 참조 요망). 우리는 '동일화'라는 표지를 통해 사물과 하나가 된다.
시에 대한 '정의'는 내리는 자의 것이므로 외재적 성격의 것으로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에 대한 정의는 엘리어트의 언급처럼 실패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의 정체성 다시 말해 시의 본질을 묻는 일은 시 자체의 내재적 속성에 대한 확인이다. 제 학술, 예술, 기술 등의 문화를 창조하는 힘은 '상징'이다. 상징의 본성은 동일화이며, 그것은 형식을 통해 의미를 구현하는 일이다. 시작 행위는 모든 상징 행위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는 (유비적) 동일화 정신작용의 사고이다. 그러한 시의 본질은 '비유'이다. 시는 (유비의) 형식을 통해 의미를 구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르이다.
오늘의 우리 시간은 무성한 기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신의 빈곤과 영적 허약함으로 황폐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정신의 완성을 추구하는 시인의 현상학적 시편들은 더 없이 의미로운 작업이자 실험적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보았듯이 피타고라스는 오직 학문을 좋아하며 대중적 명예를 무시할 수 있는 젊은이를 제자로 삼았다고 하지 않던가. 시류와 유파에 휩쓸리는 일은 쉽다. 그러나 시류에서 벗어나 자연의 전체를 조망하며 시공時空의 흐름을 고려하여 그 전체의 구도 속에서 행하는 작업은 고독하고, 강도 높은 작업을 요한다. 자연은 그러한 일꾼을 요한다./ 그들의 손은 언제나 자연의 한 끝자락을 쥐고 있다. 자신이 측량한 선들의 길이와 분기점, 작업이 끝나고 새로이 작도되는 분할들을 투시한다. 그리고 자신의 일은 완수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 오직 그것만이 삶을 엄청난 인내와 노력으로 어둠 속에서 시공간時空間을 열어젖히며 나아가게 한다(변의수, 『신이 부른 예술가들』, 한국학술정보, 2009, pp. 255-56 참조). (변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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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地上詩篇』에서/ 2017.4.10. <예술가> 펴냄
* 안수환/ 1942년 충남 세종시 출생, 『시문학』『문학과 지성』으로 데뷔, 시집『神들의 옷』『그 사람』외. 시론집 『시와 실재』『우리시 천천히 읽기』, 현재 충남평생교육원에서 『주역』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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