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 - 21
-새콤
천선자
급하게 서두르다가 열쇠를 잊어버리고 나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궁리를 하다가 담을 넘는다.
갑자기 비상입니다. 비상입니다,
노란색 등이 번쩍번쩍이며 비상벨이 울린다.
겨우 내 집 담을 넘었는데 코앞 다섯 대 카메라,
눈알을 부라리며 장총, 엽총, 쌍권총을 뽑아든다.
한 발짝만 움직여도 방아쇠를 당기려고 한다.
사이렌 울리며 도착한 경찰관,
수갑을 채우더니 현행범으로 체포한단다.
내 집이라고, 열쇠를 집에 두고 나왔다고 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경찰서로 끌고 간다.
형사가 독수리 권법 컴퓨터 앞에 살포시 앉는다.
미간을 찌푸리고 책상을 탁 치며 신문을 시작한다.
어디서 태어났어, 이름이 뭐야, 거주지는 어디야,
지금까지 몇 집을 털었지, 바른대로 말해.
매달 돈만 먹어치우는 강아지보다 못한 고놈,
주인도 몰라보고 죽어라 하고 따라오며 컹컹대,
돌아가면 당장 때려 부숴야지.
-전문-
해설> 한 문장: 주지의 사실이지만, '파놉티콘panopticon'은 '모두'를 뜻하는 의미의 'opticon'을 합성한 말이다. 직역하면 '모두 다 본다'는 뜻으로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레미 벤담이 1971년 처음 설계한 감옥인 '일망감시시설'에서 유래한다. 특히 1970년대 이후 '파놉티콘'이 주목할 만한 용어가 된 것은 당시 시작된 정보혁명이 최초 설계자 벤담의 의도, 즉 '규울의 내재화'와 같은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미셀 푸코인데 그는 "19세기 이후 서구 사회를 지배한 권력이 '군주 권력sovereign power'에서 '규율권력disciplinary power'으로 역전된 과정은 만인이 한 사람의 권력자를 우러러보던 시선이 한 사람의 권력자가 만인을 감시하는 시선으로 바뀐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밝혀냈다. ( …… ) 시인은 잠시 '시놉티콘synopticon'에 눈을 돌린다. '함께, 동시에'라는 뜻을 갖는 'synonym'과 'opticon'의 합성어로 노르웨이 범죄학자 토마스 매티슨이 '권력자에 대한 공중의 감시'라는 개념으로 제안했다. 언론과 SNS 등을 통해 '감시에 대한 역감시'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시인은 이 사이버 공간에서 아직은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백인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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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파놉티콘』에서/ 2017.6.30. <리토피아> 펴냄
* 천선자/ 2010년『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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