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꽃이 피던 나무
김계영
죽은 산사나무*가 드리운 그늘이 길다.
사방으로 뻗은 뿌리가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그윽한
향기를 층층이 쌓아서 우람하기까지 했던, 새털구름의
안색을 살피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어도 눈물은 홀로
피고는 하였다.
소리 죽여 울던 울음을 기억하는 것은 나무도 통증이
었다. 격렬한 동침도 조금 더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잎
으로 피어났다. 마흔 엄어 귀하게 얻은 대한제국의 황태
자, 한 어머의 사랑을 나무는 헤아리다 지쳤다.
그 나무 눈물 꽃을 피우다 수천의 슬픔을 보다가 신
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이파리 돋아니고 흐드러지게 하얀 꽃 피우는 어느 어
미 같았다.
줄기의 옹이가 드러나 다시는 꽃향기 뿜어내지 않던
내 어머니의 검은 몸 빛깔 같은 나무를 보며 내 연민도
그늘 어디쯤에 묻는다.
분분하던 신음소리 땅에 묻고 별일 없는 듯 무생물이
되어버린 어머니 같은 산사나무여.
-전문-
* 산사나무: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영휘원과 숭인원에 소재한 산사나무로 2009년에 천연기념물 제506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제26대 고종황제의 후궁이며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후비 엄씨의 무덤 앞에 위치해 있었으나 2014년에 죽었으며 지금은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다.
해설> 한 문장: 화자는 주로 홀로 존재하는 자아이다. 시 속에 등장하는 화자 '나'는 과거와 현재 같은 시간이나 눈에 익은 익숙한 공간을 나와 새로운 곳을 유영하는 자아, 즉 시공을 종횡하는 주체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음악과 미술, 연극과 역사, 예술을 향유하는 문화적 자아이기도 하다. 그러한 화자의 동선에는 억지스러운 포즈도 없고 힘에 부치는 보폭도 없으며 무리한 일정도 보이지 않는다. 동행도 보이지 않는 유일한, 혼자만의 그림자가 선명하다. (유정이/ 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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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시간의 무늬』에서/ 2017.7.5. <시산맥사> 펴냄
* 김계영/ 전북 전주 출생, 1998년『포스트모던』으로 등단, 전주MBC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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