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집합
김미옥
불현듯 종이 많다는 걸 알았을 때
가령
재즈와 치즈
너의 땀
너의 등
식거나 사라지는 커피
멀리 돌아가는 마을버스와
레너드 코헨의 깊게 파인 주름
느리게 돌아가는 검은 레코드판과
침대로 천천히 오르는 집벌레의 고독
목욕탕 거울에 매달려 종유석처럼 자라는 슬픔
불온한 심장을 뛰게 만드는
커피, 타이레놀, 너의 웃음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너의 냄새
깊은 밤에만 울리는 플라스틱 뻐꾸기 시계
진부하다는 것
어찌 보면 진실
얕은맛일수록 중독이 강한 것처럼
-전문-
해설> 한 문장: 존재 혹은 자아에 대한 탐구는 영원한 숙제이다. 탐구의 차원에서 존재 혹은 자아의 문제는 인생의 시기별로 그 스펙트럼을 달리한다. 예컨대 유아기에 '나'에 대한 질문은 탄생과 관련이 있다. 즉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라는 풀이에 골몰한다. 청소년기에는 자아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즉 나는 어떤 사람인가? 라는 풀이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성년기에 이르면 삶과 인생의 방법론에 대해 고뇌한다. 즉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화두를 놓고 갈팡질팡 번뇌를 거듭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아 혹은 존재에 대한 문제 풀이는 끝끝내 정답에 도달하지 못한다. 오로지 미완의 해답만을 제시할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생략할 수는 없다. 자아의 내면 성찰은 인간에게 주어진 전공 필수과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학은 자아와 존재에 대한 성찰을 하는 데 있어 교과서이자 참고서로 기능한다. 철학 역시 자아와 존재의 문제에 대해 성찰하고 해명하고 연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철학이 도덕과 윤리 차원의 근엄한 교조적 포즈를 취하는 반면 문학은 개연성에 기반을 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참고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직접 제시한다. 문학은 자아와 존재의 문제를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 좌충우돌 갑론을박 시시비비로 고군분투한 흔적만을 제시할 뿐이다. 그리하여 문학은 자아와 존재에 대해 성찰하는 방법론을 적어 놓은 교과서이자 참고인 것이다./ 시는 존재와 자아의 정체 찾기에 골몰한다. 시인들에게 자아 혹은 존재 찾기는 통과의례적 절차이다. 시 장르가 사변적이고 고백적이고 일인칭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서사 장르는 자아 혹은 존재의 문제보다 상대적으로 세계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집중한다. 시는 존재에 대한 해명을 통해 세계로 나아간다. 존재에 대한 해명이 바로 세계를 불 밝히는 쏘시개이다. 시인은 '나'를 통해 아니 '나'를 통과하여 세계에 진입한다. 그러나 '나'는 불가해한 화두이어서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이다. 시인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화두를 잡고 용맹정진하는 수도자인 셈이다. 시인은 '나'를 찾아 오체투지로 고행을 떠나는 순례자인 것이다. (양병호/ 시인,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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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북쪽 강에서의 이별』에서/ 2015.11.27. <(주)천년의시작> 펴냄
* 김미옥/ 인천 출생, 2010년『시문학』으로 등단, 성신여자대학교 전통문화콘텐츠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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