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빈집/ 박정수

검지 정숙자 2017. 7. 19. 14:51

 

 

    빈집

 

    박정수

 

 

  기억을 돌면, 담을 넘어 골목의 동정을 살피는 나

무 한 그루 있다

 

  그가 처음 어린 나무를 옮겨 온 것은 마흔이 넘어

얻은 아들 때문이었다 나무는 그의 굽어가는 어깨와

는 무관하게 푸르렀다 살얼음이 낀 밤도 환하게 경운

기 소리 요란한 어느 날, 벽장을 털어 도시의 네온 속

으로 아이의 성장이 멈춰버린 이후 기다림은 해마다

무성한 꽃송이를 늘려갔다. 가끔은 빈 소주병이 햇살

을 받아 서글픈 빛을 반사하기도 했다. 담뱃불이 어

둠을 타들어가는 동안 기억만으로 나무는 잎의 수를

늘려갔고 꽃은 뚝뚝 봄을 외면해갔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이제는 빈집 소통되지 않는 혼잣말만 가득한 

그곳, 담장는 점점 낮아지고 기억만 자란다, 꽃은 또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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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오목한 양지』2016. 12. 3. <몽트> 펴냄

* 박정수/ 2008년『시작』으로 등단, 시집『봄의 절반』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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