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바다와 새/ 조창환

검지 정숙자 2017. 7. 13. 02:30

 

 

    바다와 새

 

    조창환

 

 

  바람 없이 고요한 바다

  깨끗한 빛이 명경처럼 매끄럽고

  에테르 같은 그늘이 대기에 서려 있는데

  이름 알 수 없는 새 한 마리 높이 떠 있다

  파도 위의 제 그림자를 음미하는

  저 위엄 있는 정지된 품격은

  이 세상에서 만난 고독이 아니다

  솔개의 천품을 지닌 갈매기이거나

  갈매기의 방랑을 즐기는 솔개이거나

  홀로 있음을 저토록 빛나게 만들 줄 아는

  새는 제 무리를 벗어나

  천상의 평화에 길들어 있다

  천신天神의 외로움이라야 저렇게 자유로울 것이다

  저것은 오래된 기도

  존재의 허무를 어루만지는

  무애无涯의 몸짓이다

  간절하고 은근하면서 완벽한 비밀을 지녀야만

  도달할 수 있는 허공의 꽃이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어떤 것에도 초연하여 '무애'에 도달함으로써 "존재의 허무를 어루만"질 수 있게 된, 저 홀로 하늘에 떠 있는 새는 신성과 합일되어 신과 하나가 된 존재, 그래서 천신과 같이 자유롭게 된 존재다. 저 새가 그러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간절하고 은근하면서 완벽한 비밀을 지"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비밀이란 바로 신성의 비밀일 터, 시인은 저 새처럼 그 신성의 비밀을 알아내고 자신의 마음 안에 지니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성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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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허공으로의 도약』에서/ 2017.5.31. <(주)동학사> 펴냄

  * 조창환/ 1945년 서울 출생, 1973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빈집을 지키며』『벚나무 아래 키스자국』외, 시선집『신의 날』『황금빛 재』외, 그 외『한국 현대시의 운율론적 연구 』『한국 현대시의 분석과 전망』외, 여행 에세이집 『조창환 교수의 여행의 인문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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